(시리즈)용인시민 모두가 이동하기 좋은 도시 만들자-2 보행환경

기흥구 한 인도에 깔린 보도블럭이 형편없이 깨진지 수개월이 지나도록 방치돼 있다

80세 조도수(가명)씨는 시청에 볼일을 보기 위해 기흥구 강남대 주변 한 아파트에서 나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조씨는 집에서 걸어 10여분 거리에 있는 강남대역에서 경전철을 이용한다.

버스 이용 때보다 경전철 운행 이후 외출이 한결 쉬워졌단다. 경전철이 이동약자에 맞춤 서비스를 한다는 의미보다 그만큼 버스를 타기 위해 넘어야 할 난관이 많았다 뜻이다.

용인시가 조례로 규정한 이동약자 대상에 해당되는 조씨에게 용인에서 이동하는데 어려움이 없냐고 물었다. 보행환경에 얼마나 만족하냐는 것이다. 이에 조씨는 한명의 장애인을 소개했다. 조씨와 한평생을 함께 하고 있는 아내였다. 십수년 전 갑작스런 병으로 현재 다리 한쪽에 마비가 심해 외출 때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해야 한다.

기자는 2명의 이동약자와 강남대 주변까지 동행했다. 이들과의 동행 길은 쉽지 않았다. 집에서 나와 아파트 출입구에 이르자 인도와 차도 간 언덕을 피하기 위해 경사로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간신히 번화가로 나섰다. 전동휠체어는 법으로 차도가 아닌 보도로 통행하도록 정해뒀다. 하지만 보도만 통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우선 길 곳곳에 내높은 불법 적재물과 광고판, 배달용 오토바이까지 불과 100미터도 안 되는 인도에서 보행자 권리는 찾기 힘들었다. 잠시 차도로 이동하려해도 불법 주차된 차량에 도로 중앙까지 나가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전동휠체어에서 내리거나 인력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경우도 생겼지만 노령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나마 기자 도움으로 1km가 채 되지 않은 외출을 마쳤지만 이들은 몇 개월만에 함께 한 외출은 힘들기만 했단다.

조씨는 “걷기에 힘들 사람은 그냥 집에 있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밖에 나오면 모든 사람이 고생하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쉽게 외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이어 “경전철을 타고 시청에 있는 복지관에 자주 가는데 그곳을 찾는 노인 상당수가 그나마 이동이 편한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며 “이동이 어려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외출 자체를 하지 못한다”며 보행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이것뿐 아니다. 관리되지 않은 자전거 도로, 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인도 훼손, 무분별하게 설치된 볼라드, 지하도 및 육교 부족, 부서진 보도블럭 등 도 보행자 특히 이동약자를 위협하는 항목으로 꼽힌다.

이에 용인시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교통정온화기법(차량 속도 및 교통량 감소 등을 통해 보행자가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각종 방안) 및 속도저감시설 등을 설치해 교통안전을 개선하고 있는가하면, 차로수를 축소해 보도시설을 확보, 보행자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확보된 도보시설은 불법 주차 및 광고판에 자리를 빼앗기고, 속도저감 정책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관리감독이 뒷따르지 못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동약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 부족과 편견도 쉽사리 넘기 힘든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수지구 한 산부인과에서 만난 임산부 유모(30)씨는 “임신 7개월째라 걷는게 많이 힘들다. 병원 오는 길에 왕복 6차선 도로를 건너야 되는데 마음이 급해진다”라며 “임신 전에는 몰랐는데 이동약자 배려가 너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용인시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용인시 보행환경 만족도는 37%에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시는 2021년까지 70%가 만족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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