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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피해자도 피의자도 없는 세상을

지난달 23일 용인에서 일어나지 말아야할 사고가 발생했다. 처인구 한 물류센터 건설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1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사고가 발생한 시간은 대략 당일 오전 10시를 조금 넘었을 때다.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침몰에 이어 같은해 인근 판교 환풍구 사고까지 이어지자 용인시도 안전도시에 맞춰 각종 시책 방향키를 움직였다. 올해부터는 시민 안전사고에 대비해 시민안전보험까지 들었다. 그 성과로 용인시는 국민안전처 재난관리평가에서 기초단체로는 처음으로 2015년 이후 올해까지 내리 3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 같은 용인시의 노력은 충분히 인정받아야 하며, 지속적인 사업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격려도 더해져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에도 용인에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 발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15년 3월 처인구 남사면 남사~동탄 국지도 23호선 공사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한명이 안타깝게 생명을 잃었다. 같은해 10월에는 처인구 모현면 한 유해물질 보관 창고 화재가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많은 사고가 처인구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그만큼 처인구가 기흥‧수지구에 비해 개발이 활발하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언론에 관심을 받지 못한 사고까지 더한다면 용인 전역이 안전지대는 아니다. 

사고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때문에 한명에게만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용인에서 발생한 각종 사고 책임이 용인시가 ‘안전제일’을 말하면서 실속 없는 행정만 펼쳤다고 호된 질책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용인소방서나 용인경찰서가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성급하게 단정 지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23일 처인구 물류센터 붕괴사고가 발생한 그날. 용인시청에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안전문화체험 행사가 진행됐다. 붕괴 사고가 외부로 알려졌을 시간 즈음, 체험행사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 용인 소방서‧경찰서장은 함께 하지 못했다. 물론 붕괴 사고가 이유였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은 개막식 행사로 열린 풍선 쇼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화재 등 각종 사고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에서는 아이들이 긴장한 모습으로 긴 줄로 서 있었다. 용기 있는 또 다른 친구들은 체험을 한 번 더 해달라며 끈질기게 요구하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숙지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 취재를 마치고 물류센터 사고 소식을 접하자 심정이 복잡해졌다. 

대형사고로 안타깝게 희생된 분들이 지금처럼 안전문화체험을 했더라면 불상사를 피할 수 있었을까. 이날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이 정말 혹시라도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체험에서처럼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부정적이다. 사고란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그 갑작스러움에 침착하게 대처한다는 것은 이성적인 범위를 넘어선다.    

모든 사고에는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을 사고 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가 발생하기 전 철저한 관리‧감독으로 원인을 원천봉쇄하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한다.         

이제 안전문화체험과 병행해 관리‧감독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도 있어야 한다. 교육당국이나 용인시 그 외 공공기관은 지금도 하고 있다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라 본다. 

글로 당부하고 싶다. 빛은 모든 어둠이 다했을 때야 비로소 드러나기 마련이다. 철저한 관리‧감독 역시 앞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회고가 없다면 쉽지 않다. 회고를 통한 철저한 가르침이 미래 아이들이 ‘피해자-피의자’로 만나는 악연을 만들지 않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임영조 기자  yjlim@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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