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ephone이 젊은 가수에 어울린다면 이 작품은 소프라노 여주인공 혼자 연기하는 오페라로서 거의 은퇴를 앞둔 중년 이상의 가수에게 적합한 오페라이다. 특별한 고음이나 기교보다는 사랑의 아픔을 드라마틱하게 적절한 표현을 구사할 수 있는 노련함이 필요한 작품이다. 이 오페라 역시 무대장치로 전화와 침대하나면 충분한 작품이다.

하지만 연출자의 노련함과 창의력이 절실하며 수많은 단막 오페라 중에 관객들이 천천히 상상하고 이해하며 적절히 감동을 유도해야하는 것이 필수요소인 수많은 단막 오페라 중 가장 지적인 오페라라고 생각된다. 잔 카를로 메노티의 오페라 여주인공 루시를 통해 젊고 싱싱한 마릴린 먼로의 웃음을 맛보았다면, 이 오페라는 그와는 정반대의 필름 누아르의 불운한 여주인공의 이미지를 얻게 된다. 과연 이 여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La  voix  humaine
비극 오페라 단막
작곡: 프랑시스 폴랑크(1899~1963)
대본: 장 콕토(1889~1963)
초연: 1959년 2월 6일, 파리 오페라 코미크(Opera-Comique)

줄거리
그토록 사랑하던 두 남녀가 영원히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작별 기회를 잡지 못했던 두 남녀는 마지막으로 전화로 작별 인사를 하게 된다. 두 사람 중에서도 여인은 남자에 대한 열정과 후회와 분노가 가득한 말을 토해낼 뿐 전화를 받고 있는 남자는 무응답이다. 여인을 배신한 죄책감에서일까? 여인이 대화를 중단할 때만 남자는 아직도 여인의 말을 듣고 있다는 듯이 전화기를 들고 있음을 표시한다. 때론 전화통화가 중단되면서 침묵의 시간도 여러 번 있었지만 두 사람 중 누구도 마지막 이별의 한마디를 먼저 꺼내지 못한다. 불신과 의심과 항의와 호소와 때론 거짓 냉담과 절망에 가득찬 악다구니에 지친 여인은 그만 침대에 쓰러지고 만다. 이제 두 사람 사이에는 소리 없이 연결돼 있는 전화기만 덜렁 남았다. 여인은 그제야 남자에게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을 것을 강요한다. 오페라는 여인의 비명과 거친 숨소리를 마지막으로 뿜어내면서 여인이 땅바닥에 쓰러지는 것으로 끝난다.

☞ 1959년 파리 오페라 코믹크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원작 장 콕토의 단막 드라마를 소재로 했으며 이후에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콕토는 사람들 사이의 간접 대화에 관심이 많았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 전화로만 마지막 이별의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한다. 전화는 신의를 지키지 못한 남자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좀 더 냉소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반면, 버림받는 여인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큰 고통을 경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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