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서 감기 환자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전국적으로 독감 예방접종도 시작됐고, 용인시의 경우 60세 이상까지 확대 실시되고 있다. 독감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를 막아주지만 일반적인 감기 바이러스에는 큰 효과가 없다. 감기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특별한 약이나 식품이 아닌 바로 손 씻기다. 감기 바이러스가 손에 묻은 상태에 얼굴 등을 만지면서 호흡기로 침투해 들어오는 것이다. 손 씻기만 열심히 하면 감기를 막을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지만 불과 백 년 전만 해도 중요성을 알지 못했다. 

과거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은 풍사 즉, 사악한 바람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나쁜 바람이든 나쁜 기운 등을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는 풍사는 상당히 많은 질환의 원인으로 언급되며 추상적인 의미가 포함돼 있다. 동의보감에는 나쁜 기운이 코로 들어가서 온몸으로 퍼지게 되며 종이에 참기름이나 심지어 수은이나 비소와 같은 위험한 성분이 포함된 물질을 바른 뒤 콧구멍을 막으면 예방할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실제 효과는 거의 없었고 대규모 전염병 발생시 속수무책이었다.

서구도 상황은 비슷해서 나쁜 냄새나 기운이 질병을 발생시킨다는 미아즈마설을 오랜 기간 믿고 있었다. 1854년 크림전쟁에서 환자들을 간호해 많은 생명을 구했던 나이팅게일도 미아즈마설을 믿었고, 나쁜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병원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열심히 청소했던 것이다. 물론 나이팅게일이 병원 위생환경을 개선해 많은 환자를 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도에서는 모기들이 전파하는 황열병 환자 병원에 창문을 열어 환기시킬 것을 지시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미아즈마설은 손 씻기와 같은 예방법에도 나쁜 영향을 주었다. 오스트리아의 산부인과 병원에서 근무하던 제멜바이스는 출산 후 높은 열이 발생하면서 사망하는 산모들이 있었다. 그런데 의대생이 실습하는 병동의 산모들은 많이 사망하는 반면, 실습생이 없을 때는 발열 환자 발생빈도가 적었다. 특히 의과대학이 방학을 하는 동안에는 발열 환자가 줄었는데 제멜바이스는 의대생이 무엇인가를 환자들에게 전달해 준다는 생각을 했다. 

제멜바이스는 의대생들의 강의 일정을 면밀하게 조사한 끝에 해부학 실습이 끝난 뒤 바로 병동 진료에 참여하는 것을 발견했다. 의대생의 손을 통해 어떤 물질이 산모에게 전파된다는 것으로 생각한 제멜바이스 학생들에게 손을 깨끗이 씻을 것을 지시했다. 손 씻기를 시작한 결과 산모들은 더 이상 열이 나지 않았고 사망하는 환자들도 거의 사라졌다. 제멜바이스의 생각이 정확하게 맞은 것이다. 1848년 제멜바이스는 손 씻기의 효과를 정리해 발표했다. 출산 후 감염으로 18%가 넘는 산모들이 사망했는데 손 씻기를 시작하자 0.19%로 급격하게 떨어진 것이다. 이런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나쁜 냄새나 기운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생각을 가진 주변 동료나 의학자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제멜바이스는 다양한 통계 자료를 제시했으나 현미경을 통한 원인 규명과 같은 의학적인 이론이 없어 손 씻기가 질병을 예방하는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위대한 발견과 뛰어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냉담한 평가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제멜바이스는 고립됐고, 결국 병원은 그를 해고했다. 

제멜바이스의 개인적인 불운은 계속됐지만 그가 강조한 손 씻기는 역사에 남았다. 1865년 제멜바이스가 사망한 그해 프랑스의 파스퇴르는 미생물, 즉 병원균에 의해 질병이 발생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제멜바이스와 달리 파스퇴르는 수많은 실험을 통해 반박할 수 없는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나쁜 공기나 기운이 질병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며 미생물이 질병의 원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손 씻기는 손에 묻은 미생물을 제거해 질병을 예방했던 것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중력에 의해 땅에 떨어지거나 사물에 부착돼 있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병원성 미생물을 손으로 접촉한 뒤에 입이나 코로 가져가 점막을 통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이다. 추운 겨울철 마스크를 아무리 쓰고 다녀도 손 씻기를 게을리 하면 바이러스는 우리 손을 통해 몸으로 들어오게 된다. 독감뿐 아니라 거의 모든 전염성 질환을 예방하는 만병통치약은 산삼, 녹용이 아닌 바로 손 씻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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