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과 국경일로 이뤄진 긴 가을방학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쓰나미로 몰려온다. 하루살이처럼 동동거려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자신이 대견스러워질 때쯤 동백의 법화산 한 자락에서 복자기를 만났다. 대부분의 나무 이름에는 끝에 ‘나무’라는 말이 들어가는데 복자기는 무슨 연유인지 그 말이 빠지고 그냥 복자기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게 나무 이름인지 짐작도 못하게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느새 붉게 물들어 바닥에 한가득 떨어져 있는 나뭇잎들이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알려줬다. 파란 하늘을 우러르며 가을을 느끼고, 노란 황금물결이 넘실거리는 논을 보며 가을에 눈이 부셨는데 이제 붉은 잎이 가을에 빠지게 만든다. 복자기가 붉게 물드는 가을이다. 

복자기는 단풍나무다. 가을이 되면 초록색이 사라지고 붉거나 노랗거나 갈색으로 나뭇잎 색깔이 변하는 것을 우리는 ‘단풍이 들었다’고 한다. 그 중 대표적으로 단풍이 드는 나무를 가리켜 단풍나무라고 이름까지 붙여줬다. 또한 그 나무와 비슷하게 열매를 맺는 나무들을 묶어 ‘단풍나무과’라고 해서 가족으로 만들었다. 여러 단풍나무, 고로쇠나무, 신나무, 그리고 복자기 등이 있다. 

단풍나무과의 열매는 옛날 선풍기 날개처럼, 둥글게 휘어진 부메랑처럼 생긴 것이 마주보며 쌍으로 달린다. 씨앗이 들어있는 쪽에는 볼록하게 튀어나와있고 거기서부터 납작하게 날개가 휘어나간다. 그래서 열매를 높이 던지면 떨어질 때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돌아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간다. 아이들이 헬리콥터라고 이름 지어 날리며 논다. 나무 종류에 따라 한 쌍의 열매가 양쪽으로 벌어지는 각도와 열매 크기가 서로 조금씩 다를 뿐 한 가족처럼 서로 닮아있다. 복자기의 열매도 같은 모양이지만 크기가 좀 크고 씨앗 있는 부분에 털이 많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하나의 잎이 갈라져 손바닥 모양이나 별모양을 하는 단풍나무 잎과 달리 복자기는 콩과식물처럼 세 개의 길쭉하고 작은 잎이 모여 하나의 잎을 이룬다. 나무줄기도 단풍나무가 초록빛을 띠며 세로로 갈라지는 무늬가 있는 다소 밋밋한 껍질을 가졌다면 복자기 껍질은 밝은 갈색을 띄며 거칠고 너덜너덜하게 벗겨진다. 또한 열매처럼 나뭇가지, 나뭇잎, 잎자루, 꽃가지에도 털이 나있다. 그래서 복자기를 만져보면 살짝 따갑기까지 한 거친 털 느낌에 깜짝 놀라게 된다.

복자기는 천천히 자라는 만큼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해 예전엔 수레의 차축을 만드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절대 부러지거나 틀어지면 안 되는 중심축이기에 복자기가 얼마나 견고하고 곧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나도박달’로도 불리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껍질이 너덜너덜 벗겨지고 갈라지는 게 물박달나무와 닮았다. 단단함의 상징 박달나무 아닌가!

단풍나무 중에서 가장 색이 곱고 진하며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조경수로 뽑히는 복자기는 용인에도 몇 군데 가로수로 자라고 있다. 그 중 용인초등학교 앞 금학천변의 가로수로 자라고 있는 복자기는 자라고 있는 모습이 힘들어 보이고 단풍도 아름답지 못해 걱정스럽다는 내용의 기사가 2014년 용인시민신문에 나온 적이 있었다.

당시 다른 종류의 나무들로 교체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위태로웠는데 다행히 잘 살아남았다. 단풍은 같은 나무라고 해서 매년 같은 색으로 물들지 않는다. 날씨와 습도, 기온, 환경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날씨가 맑으면서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범위에서 기온이 낮아야 곱고 진한 단풍이 든다. 올해는 꼭 아름다운 붉은 복자기 단풍잎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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