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포터 공연 모습 사진출처/ 유투브 화면 영상 캡쳐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보게 된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의 강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시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하며 이유 모르게 낯빛이 어두워지던 시인의 아내가 전화를 끊고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터뜨리더랍니다. 영문을 몰랐던 시인은 아내의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려 이유를 물었더니 어머니가 귀가 어두워지셔서 본인의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으시더라는 겁니다.

전화로 한 시간여 통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농담을 즐겨 하셨던 어머니와 이제는 가는귀가 먹어 상대의 농담을 제대로 알아들으실 수가 없기 때문에 평소처럼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서러움에 울음이 복받쳐 오르더란 이야기지요. 그래서 시인은 어머니께 보청기를 하시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씀을 드렸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나이 들면 귀 어두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호들갑 떨지 말아라, 나이 들면 세상소리 다 들을 필요가 없다’라고 하시더랍니다.  

이야~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어른의 대답이란 말입니까. 필자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느슨하게 앉아있던 자세에서 얼른 자세를 올바로 고쳐 앉고서는 귀를 더 열어 강의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사실 어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측면에서 보면 그 대답이 얼마나 큰 혜안에서 오는 것인지를 알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도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듣게 된다면 눈과 귀는 어두워진 상태에서 그 동안 직접 해 왔던 일은 힘에 부치게 돼 할 수 없게 되고, 답답하니까 주변에 말참견을 하게 되거든요. 하기 좋은 말로 ‘어른이 되면 지갑은 열 되 말은 줄이라’ 했습니다. 세상 이치라는 것이 평소에 내가 하던 일은 직접 하는 것이 제일이겠지만 남이 한다 해서 아주 잘못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살아오면서 수없이 체득하게 됩니다. 그래서 시인의 어머니는 남에게 간섭하고 참견하는 어른이 되기보다 한마디 더 들어주는 어른이 되기 위해 보청기를 거절한 것 같다는 느낌이 ‘탁’하고 들더군요. 

가만히 보면 시인의 어머니만 그러하신 것이 아니고 우리 주변의 어머니들도 다 그렇습니다. 무슨 소설이나 시에서 그려지는 어머니는 아닐지라도 봄꽃처럼 곱디곱던 처녀가 내 아버지를 만나서 시집 와 일가를 이루고, 우리를 낳아 기르시고는 꽃잎처럼 그렇게 지고 있는 과정 중에 참 많은 가르침을 자식들에게 남겨 주곤 하지요. 어머니가 중심이 돼 만들어진 가정이라는 것은 가족의 역할뿐만 아닌 애정과 사랑으로 이뤄진 삶을 기본 바탕으로 합니다.

그러다 보니 내 어머니가 특별한 이력을 가지거나 사회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내 눈에는 최고로 보이는 법입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아도 어머니와 내게는 아직 끊어지지 않은 탯줄이 늘 서로의 마음속에 이어져 있어서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5월이 아님에도 갑작스레 어머니의 체온이 그리워지는 글을 쓰게 된 연유는 순전히 시인의 강 탓입니다. 하 하. 

그런 어머니가 내게서 멀어지거나 없어져 버린 고아의 심정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요? 여러 문학이나 음악에서도 어머니 없는 외로움이나 슬픔을 다룬 작품이 넘쳐나듯 많지요. 그 중에서 이번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미국에서 구전돼 오던 흑인영가 중, 어머니와 떨어진 어린 아이의 심정을 정리해 만든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를 골랐습니다. 미국에서 노예의 자식을 팔고 사던 그 시절부터 구전민요로 전해져 오던 이 곡은 헤어짐 속의 슬픔이 그대로 묻어있는 채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다가 1930년대 최초 녹음이 시작되면서 루이 암스트롱, 루 롤즈, 오데타, 카르멘 마키 & 블루스 크리에이션, 마틴 엘 고어, 아이크 앤 티나 터너, 피트 시거, 마할리아 잭슨, 밴 모리슨 등이 이어서 레코드 취입을 했던 고전이랍니다.

그 중 가히 최고라고 꼽을 수 있는 연주곡으로는 색소폰이 그린 흑인영가의 블루스적 느낌과 파이프오르간의 성스런 종교적 장중함이 기막히게 조화가 된 Arne Domnerus & Gustaf Sjokvist 버전입니다. 노르웨이 출신의 가수 마리안 안톤센(Marianne Antonsen)이 부른 곡이 빼어나기에 소개하려고 유투브를 찾아봤더니 아쉽게도 그 가수의 곡은 찾을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검색 과정 중에 이름이 아주 생소하지만 목소리는 귀에 착착 감기는 가스펠 가수 Brant Porter의 목소리를 듣게 됐는데 그런대로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을 것 같기에 소개해드립니다.

때로는 처음 듣게 된 무명 가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더 크게 와 닿기도 하는데 이 가수의 곡을 듣고 난 후 필자의 평은 ‘좀 더 알고 싶어지는 매력을 느꼈다’는 겁니다.

Arne Domnerus & Gustaf Sjokvist 관련 동영상
http://youtu.be/_5H5gTfrk5Y
Brant Porter -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 관련 동영상
https://youtu.be/5h8KGl5JS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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