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액 57% 계좌 쌓아둬
시 “분기별 지원하겠다”

적은 금액이나마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인시 ‘개미천사’ 기부금이 소극적인 운용으로 도마에 올랐다.

용인시는 2015년부터 1인당 매월 1004원 이상 자율적으로 모금해 일정액이 쌓이면 저소득층과 사회복지시설 등 대상자에게 지원하겠다며 자체 기부 운동인 ‘개미천사’ 운동을 펼쳐왔다.

‘개미천사’는 그동안 ‘정찬민표’ 기부운동으로 불릴 만큼 정찬민 시장의 적극적인 지지와 함께 시행돼 왔다. 지난 7월 정 시장은 ‘민선 6기 3주년 성과’ 발표 자리에서 복지 정책 중 “‘개미천사 기부운동’을 통해 복지사각지대 해소와 취약계층 사회안전망 확충에 기여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지역 한 일간지에는 정 시장이 직접 쓴 칼럼을 통해 ‘개미천사 기부운동’이 용인시 고유의 범시민 이웃사랑 실천 운동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만큼 용인시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기부운동이라는 의미다. 

시민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취지에 따라 읍·면·동별로 계좌를 모집하거나 지역 중소기업 직원들이 나서서 계좌를 개설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를 이어왔다.

하지만 기부에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참여를 유도했던 시가 이 기부금을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하는 데에는 인색했다.

시는 수혜자 발굴을 수시로 진행해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2015년 초에 시작된 개미천사 기부금 지원은 올해 10월 13일 현재까지 1회에 그쳤던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올해 지원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20일 ‘사회복지의날’을 기념해 지급될 계획이다. 결국 매년 ‘사회복지의날’을 맞아 ‘기념성’으로 수혜자를 발굴·선정해 지원해 왔다는 점에서 도움이 필요한 대상자에게 필요시 수시로 지급했다고 보기 힘들다. 

지원 비용도 기부금 액수에 비해 턱없이 적다. 2016년 총 40가구에 의료비와 생계비로 지원된 금액은 9600여만원, 올해는 생계비 19가구, 의료비 10가구 총 29가구에 4684만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2017년 9월 현재 개미천사 모금 현황은 4억2799만원으로 이중 2억4600만원은 필요한 이를 찾지 못한 채 계좌에 그대로 묶여있는 상태다. 

용인시 복지정책과 복지보훈팀 조성계 팀장은 그동안 기부금 지원이 소극적으로 이뤄졌다고 인정했다. 조 팀장은 “계좌에 기부금을 일정금액 이상 유지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때그때 지원이 이뤄졌어야 하는 게 맞다”며 “담당 부서 팀장으로서 그런 점을 지적하고 앞으로 분기별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 좀 더 많은 수혜자가 나올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부금 지원이 1년에 한차례만 이뤄진데 대해서는 “관련 업무에 대해 직원들의 관심이 덜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해 기부금 운용에 부족함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개미천사’ 기부금 운용의 또 다른 문제점은 일부 기부금의 사용처를 시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미천사 기부운동’은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와 용인시, 처인노인복지관(이하 복지관), 자원봉사센터가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본지가 입수한 개미천사 업무 협약서에는 모금재원 중 10%를 복지관이, 10%는 모금회가 가져가도록 돼 있다. 나머지 80%는 시의 저소득층 및 사회복지 시설 지원 사업에 배분된다.
그러나 시는 지금까지 복지관과 모금회에 배분된 20%의 기부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기부금 모집에만 열을 올렸을 뿐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기부금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조성계 팀장은 이에 대해 “시의 기부 정책인 만큼 관련한 사항을 받아 체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며 “협약을 체결한 공동사업이라 자율적으로 운용하도록 했다. 앞으로는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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