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증후군 진단을 받은 아이가 교실에 있다. 이 아이들이 하는 행동의 공통점은 참 많다. 물건관리가 안 된다. 교실에서 미술수업을 하면 정리에 애를 먹는다. 이야기를 해도 딴 세상에 가 있다 온다. 뒷북을 계속 친다. 보조를 못 맞추다보니 아이들이 싫어한다. 모둠원이 되면 모두 기피한다. 순간적으로 갑자기 욕을 하거나 크게 소리를 지른다. 방금 한 행동도 안했다고 끝까지 우긴다. 결국 밝혀질 때까지 거짓말을 할 때도 있다.

이 아이 잘못이 아니다. 이 아이도 어쩔 수가 없다. 아이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건 뇌의 3층 전두엽이 약간 졸고 있어서다. 어차피 시간이 가면 깨어날 전두엽이 좀 늦게 반응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시간까지 한 박자가 느린 아이들 마음이 찢겨져 피를 흘린다는 것이다. 아픈지도 모른 채 이 아이들 마음이 죽어가기 전에 도와줘야 한다. 대부분 교사는 적극 개입이 어렵다. 문제는 5학년이면 너무 늦다. 그 땐 아이 마음이 다 없어질 테니까.

몇 해 전 짝을 바꾸는 날 일어난 일이다. 우리 반은 컴퓨터 추첨으로 자기가 앉을 자리를 정한다. 컴퓨터에 이름이 뜨면 회장, 부회장이 칠판에 기록을 한다. 진수의 이름이 불리자 갑자기 성진이가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울기 시작했다.

“성진아, 왜 울어?”
“…저…, 진수랑 짝하기 싫어요.”
나는 너무나 놀랐고 당황했다. 이내 진수 얼굴을 살피니 그 난감함에 표정을 어떻게 할지 몰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성진아, 돌아가면서 앉는 건 우리가 약속한 거잖아. 약속대로 앉아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런데…, 흑흑, 진수랑은 앉기 싫어요. 흑흑…, 쟤는 이상한 행동하고, 욕하고…, 흑흑.”
난감한 상황이다. 다행히 진수랑 앉겠다는 선재가 나타났고, 선재 짝이 허용을 해줬기에 진수는 선재 옆에 앉았다. 그때서야 성진이가 울음을 멈췄다. 성진이 귀에 살짝 말했다.
“성진아, 네가 아무리 속상해도 친구 마음에 상처를 줄 만한 말은 살짝 선생님에게만 이야기 해줄래? 여러 사람 앞에서 누가 너더러 짝하기 싫다고 울면 성진이 맘도 아프겠지?”
그 순간 진수 얼굴을 보니 눈이 빨개지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말은 안하지만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자존심이 상했을까?

3월 첫 날 나는 느낀다. 우리 반 주인공이 누군지. 계속 움직이고, 내 말을 끝까지 듣기 어려운 주인공을 알아차린다. 중간에 끼어들고, 잘 흥분하고, 정리를 못하는 주인공들이다. 과제를 끝까지 해내기 힘들뿐 아니라, 부적절한 행동으로 친구들의 미움을 사는 주인공들이다. 이 주인공들은 초등 저학년이 골든타임이다. 이 시기 교사나 부모가 적극 도움을 주느냐, 아니냐 가 인생을 결정한다. 5학년이면 늦는다. 저학년에 발견해 이 아이들을 물리적, 심리적 방법으로 도와주는 것은 아이 평생의 행복을 좌우한다. 늦어도 2학년 말, 3학년 초까지는 발견해야 한다. 2말 3초 골든타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나는 저학년 담임을 맡으면, 첫 날 두 눈에 레이저가 쏘아지도록 자세히 아이들을 관찰한다.

ADHD 아이를 그대로두면 시간이 갈수록 하루 1개씩 마음에 불이 꺼진다. 불이 다 꺼지는 날 아이 마음이 죽을 것이다. 아이 마음이 죽으면, 삶의 불씨도 꺼진다. 담임교사는 하루 5~6시간, 1년에 1000~1200시간 아이들과 만난다. 그 아이 마음의 꺼져가는 불을 켜줄 위대한 일을 교사는 할 수 있다. 나와의 만남으로 아이의 인생이 바뀐다는 믿음으로 아이 마음을 살릴 수 있다.

그 힘은 교사 내면의 사랑에서 나온다. 그래서 어느 순간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 한 아이를 살릴 수 있다. 실제로 내가 만난 ADHD 아이들, 매년 그 아이들을 그냥 보낸 적이 없다. 그 1년이 아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5학년 때 발견한 ADHA 아이들의 꺼져가는 마음에 반짝이는 불을 켤 수 있었다. 그 때 깨달았다. 5학년 이전이 골든타임이란 것을! ADHD 아이들의 골든타임을 찾아주는 것이 사랑이란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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