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방치되거나 콘크리트 벽 설치로 몸살
주택개발에 마을 수호신→조경수 전락 위기도

수지구 동천동에위치한 600년 된 은행나무. 인근 아파트 개발로 마을 수호신에서 조경수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도심과 개발 지역의 보호수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주변 개발로 뿌리 일부가 콘크리트 바닥 사이에 뻗어있는가 하면 나무를 사이에 두고 30㎝도 안 되는 거리에 건물이나 컨테이너 창고, 콘크리트 벽이 설치되기도 한다. 보호수 주변은 쓰레기가 놓인 채 방치돼 있고 도로 가로등의 전선이 나뭇가지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보호수도 있다. 하지만 보호수가 위치한 부지가 사유지인 경우가 많아 무턱대고 개발을 막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도시 개발 전 마을 중심부엔 늘 노목이 있었다. 수백년 간 온갖 풍파에도 마을을 지켜온 노목은 사람들에게 상징적인 존재였다. 그런 나무를 수호신처럼 모시고 매년 제를 지내기도 했으니 그 존재감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할 만 하다. 

올 7월 현재 용인엔 100년에서 800년이 넘은 보호수 112그루가 있다. 보호수란 노목들 중 보호할 가치가 있는 나무들을 경기도와 시가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나무다. 이런 보호수가 형식적인 관리에 병들어가고 있다. 

그 중 처인구가 81그루로 가장 많고 기흥구에 22그루, 수지구에는 9그루만 남아있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된 지역은  남아있는 노목이 많지 않다.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들은 일정 기간마다 시의 관리를 받는다. 시는 보호수 주변에 자라난 잡목을 제거하고 각종 병해충을 방지하기 위한 방제작업을 한다. 또 일부 고사된 가지를 치고 나무들이 안정적으로 생장할 수 있도록 외과수술을 하기도 한다. 

기흥구 마북동에 있는 수령 400년 된 느티나무. 무너진 담장 너머 나무가 보호수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도시 지역의 일부 보호수의 경우 인근 개발에 이러한 관리에도 속수무책인 경우가 생긴다. 일례로 기흥구 마북동 330-14, 15번지에 위치한 보호수의 경우 양 지번 사이에 위치해 나무만 간신히 보존한 채 벽과 컨테이너 창고가 설치됐다. 인근 다른 보호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옆에 도로가 놓이면서 설치된 가로등 전선이 아슬아슬하게 보호수 가지 사이를 지나고 있었다. 화재가 날 경우 그대로 소실될 위험마저 있어 보였다.  

시 관계자는 “현행법상으로는 보호수 주변 개발을 막을 방법은 없다”며 “사유지 개발을 보호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막는다면 재산권 침해”라고 말했다. 

수지구 동천동 917번지에 위치한 600년 된 은행나무는 개발에 의해 마을 수호신에서 조경수로 운명이 바뀔 위기에 처한 경우다. 

‘마을을 설명할 때 늘 은행나무를 기준으로 했다’고 할 만큼 원주민들에게는 중요한 존재였던 이 나무는 2013년 마을 곳곳이 개발되고 인근 부지가 팔리면서 고사될 위기에 처했다. 동천동 주민들은 십시일반 힘을 모아 나무를 살리기 위해 보호수 주변 제초작업을 하고 장수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냈다. 2014년부터는 매년 동천동의 얼이 담긴 은행나무를 기리기 위한 민속놀이 한마당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결국 개발계획은 승인이 났고 33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은행나무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싸는 형태의 개발이 시작됐다. 동천동의 상징이었던 600년 된 나무가 일부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조경수가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아파트가 준공되면 인근 주민들이 보호수를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사업자 측과 얘기가 된 상태”라며 “현재 공사 중 나무가 해를 입지 않도록 사업자 측에서 의뢰한 나무 병원을 통해 분기별로 진단서를 받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자 측의 입장과는 달리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올 초까지도 보호수 관련 행사로 아파트 내부 주민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허가할 수 없다는 민원을 시에 내왔다. 입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무조건 개방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일 수밖에 없다. 결국 입주 후 기존 주민과 입주민 사이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는 상태인 셈이다.      

도시 개발로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는 보호수들이 ‘보호 받지 못하는’ 위기에 처하자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해 보호수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보호수 지정 및 관리지침(산림법)에 ‘보호수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해야한다’는 지침만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2013년 제주도가 첫 관련 조례를 공포한데 이어 8곳 지역이 관련 조례나 규칙을 마련해 관리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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