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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이에게 임시공휴일은

다섯 살 된 아이를 둔 한 부모로부터 하소연을 들었다. 최근 어린이집에서 기적의 추석 10일 연휴의 징검다리가 될 10월 2일 임시공휴일 등원 수요조사서를 작성해 보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받고 난 이후 속상한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지인은 이미 공문 내용을 인지하고 있어 관심도가 낮았지만 문득 한 줄에 눈이 꽂혔단다. 임시공휴일 근무 당직교사에게 관련법에 따라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하게 된단다는 부분이다.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교차했을 것이다. 

또래 자녀를 둔 입장에서 그날 쉬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안심을 하면서도 그날 직장을 갈 수 밖에 없는 노동자인 부모와 나와야만 하는 교사들의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서글픈 마음까지 들었다. 

한국노총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10월 2일 임시공휴일 출근 유무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24%는 이날 임시공휴일 지정과 상관없이 출근을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노동조합이 없는 소규모 사업장이나 특히 농업종사자나 개인사업자 등 수치에 잡히지 않는 경우까지 더하면 임시공휴일을 먼 나라 이야기로 여기는 대상자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을 어렵지 않게 전망하게 된다. 

물론 사측 입장에서 임시공휴일보다 휴일근로수당을 주면서까지 근무를 시켜야만 하는 현실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특히 추석을 전후해 물량을 맞춰야 하는 제조업이나 운수업 등의 직종은 대목 장사에 타격을 입지 않기 위해서는 오히려 조상의 손까지 밀려야 할 정도일 것이다. 

노동자 역시 꿈같은 10일 장기 휴가를 챙기려다 혹시나 회사에 미운털이 박혀 고용불안을 걱정해야 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보니 그저 몇 푼의 휴일근로수당에 만족해야 하는 그 심정 왜 모르겠는가.    

참 치열한 사회임에 틀림없다. 임시공휴일을 보장 못하는 업주는 ‘악덕’의 오명을 받고, 10명 중 7명은 여유로운 아침을 맞을 그 시간, 어느 때처럼 출근길에 나서야 하는 노동자들이 느껴야 하는 가슴 시림도 극도로 복잡해진 대한민국 현실에서 더 이상 특별함이 없는 일상이 돼 가고 있는 듯하다. 

한 가지 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억지스럽게라도 인식해야 하는 것이 있다.
부모 일정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자녀들이다. 가정해보자. 10월 2일 아침. 연휴를 맞아 아이들은 꽤 오랜만에 부모 품속에서 늦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부스스 눈 비비고 일어나 만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은 행복 그 자체다. 평소 노래 부르듯 졸라대던 부탁까지 들어준다면…

그리고 우리의 또 하나의 초상. 그날 어느 아이는 부모의 조급한 목소리에 잠에서 억지로 깨 어린이집(혹은 유치원)에 가야 할 것이다. 평소 만나던 많은 친구들은 오지 않고, 자신을 챙겨주던 담임교사조차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작은 교실에 모여 앉아 빨리 어두워지길 기다릴 뿐이다. 부모가 오길 기다리는 것이다. 

퇴근 시간에 맞춰 아이를 껴 앉은 부모. 미안한 마음에 외식이라도 해보고 싶겠지만 시간도 늦고, 아이는 기다리다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갑자기 아이가 묻는다. “아빠는 왜 오늘 쉬지 않아”

임시공휴일은 그저 몇 푼의 회사 수익을 챙기기 위해서 모른 척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사회구조와 연결돼 있다. 임시공휴일에 당연히 쉬는 직군도 있을 것이며, 다행스럽게 회사가 쉴 수 있게 해줘 고마워하는 직군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그저 일할 수 있어 감사해야 하는 노동자도 제법 많을 것이다. 그들 모두 한 가정의 부모이며 자식일 것이다. 임시공휴일이 만민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은 한 또 다른 차별을 만드는 저급한 사회현상에 불과하다.

임영조 기자  yjlim@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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