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페이스북에 안타까움이 묻어 있는 한 휠체어장애인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내용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당연한 권리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라는 처한 현실 때문에 미안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를 생각하니 가슴이 저렸습니다. 법과 사회규범 속에서 응당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서도 무거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든 우리 사회의 민낯과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학교 수업이 있는 날이라 오후 8시쯤 집 앞에 도착했는데, 장애인주차구역에 비장애인 차량이 주차하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차량에 타고 있던 이에게 “장애인이냐”고 물었답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왜 그러냐”면서 “당신 차는 장애인 차냐”고 묻더랍니다. 대개 “미안하다”고 말하거나 얼른 차를 빼서 다른 비장애인 주차구역으로 옮기는 것이 상식인데 반응은 뜻밖이었습니다. 한 술 더 떠 “장애인 차량 표시가 있냐”며 차에서 내려 장애차량 마크를 보곤 그냥 다른 곳으로 가더랍니다. 

휠체어 장애인이 “이 곳(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하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하자 돌아오는 대답은 “벌금 물어도 내가 물으니 상관 말라”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조심하라’는 뜻에서 선의로 한 말일진대 되돌아온 말에는 기분 나뿐 감정이 가득 배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같은 주차 애로는 처음이 아닌 듯 했습니다. 늦은 시간에 집에 오면 장애인 주차구역에 세워진 비장애인 차량을 보고 헤매다 단지 밖 도로에 불법주차를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장애인 주차구역이니 빼달라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미안함 때문에 연락할 수 없더랍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나무 황당해 신고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음이 무겁더랍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빈 장애인 주차구역을 보고 주차한 적은 없으신가요. 아니면 몇날 며칠 비어 있는 장애인 주차구역을 보고 “가뜩이나 주차장이 협소한데 잘 사용하지도 않는 주차구역을 이렇게 많을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을 하진 않는지요. 실제 최근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용인시청이나 구청, 용인종합운동장에는 다른 곳보다 장애인 주차구역이 많은 편입니다. 주차난을 겪는 곳이다 보니 간혹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하는 모습을 보거나 장애인 주차구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주차장이 부족한데 사용하지도 않는 장애인 주차구역이 많을 필요가 있겠느냐고요.

현실은 맞습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에게 장애인 주차구역 활용률이 낮은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보진 않았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내 가족과 친척, 지인 중에 장애인을 찾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비장애인들은 너무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집에서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보도 환경은 또 어떻습니까? 지체장애인부터 시각장애인까지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에 대한 장벽과 편견이 있습니다. 장애, 비장애를 떠나 몸이 불편하면 마땅히 누려야 권리조차 포기해야 할까요. 주차하지 말아야 할 곳에 주차한 비장애인이 미안해야 하는 게 상식 아닐까요. 

굳이 “나도 당신도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법이나 규범을 떠나 ‘상식의 문제’이자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풀어야 할 숙제일 겁니다. 시상식 무대에 서야 할 장애인이 경사로 때문에 무대에 서지 못하는 모습을 본 시의원이 본회의에서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이 다시는 생기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요. 장애인뿐 아니라 누구라도 기본적인 권리를 행사하면서 미안해하고 무거운 마음을 갖지 않는 용인시와 시민을 기대해봅니다. 그런데 박완서작가의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소설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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