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더웠던 여름이 또 지나갔다. 산과 들에 쑥부쟁이가 연보라색 꽃을 살랑살랑 흔들고 있다. 어렸을 땐, 흔하고 단순하게 생긴 들국화의 매력이 무엇인지 몰랐다. 지금은 하얀색의 구절초, 연보라색의 쑥부쟁이, 노란색의 산국 등 국화과 식물의 꽃들이 참 예쁘다. 국화차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진한 향기가 떠올라서인가. 국화과(Compositae)의 나무가 있다면 이쯤해서 한번 이야기를 늘어놓아도 좋을 텐데, 아쉽게도 나무 중에 국화과는 없다. 우리나라 식물도감에는 쌍떡잎식물 중 가장 진화했다고 보는 국화과에는 나무가 없고, 가장 원시적인 식물이라 보는 목련과(Magnoliaceae)에는 풀이 없다.

이게 무슨 얘기인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나눠놓은 분류는 어떤 면에선 편리하지만 또 어떤 면에선 너무 복잡하다. 풀과 나무의 경계도 확실히 구별하기 애매한 경우가 있다. 기후에 따라 식물의 형태도 다르게 나타나니, 다른 나라에선 국화과의 나무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국화과 나무의 아쉬움을 달래줄 목련과 나무를 소개해 보려한다. 잎이 목련과 나무들 중에 가장 큰 일본목련이다. 키도 20m까지 크니, 숲에서도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하는 나무이다. 또한 풀과 나무를 통틀어 봄에 가장 큰 꽃이 핀다. 크기 면에서 가히 압도적이다. 하지만 큰 키에 꽃은 하늘을 보고 피니 숲에서 꽃구경을 하기는 글렀고, 운이 좋다면 정원에 심어서 기르는 나무에서 꽃을 감상할 수 있겠다. 일본목련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 들여와 식재한 식물이다. 우리나라에 일본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들여온 나무로 추정한다. 

요즘은 한나라에서 식물이 들고날 때, 대부분의 생과일과 흙이 뭍은 식물들의 출입을 제한한다. 하지만 옛날에는 묘목이나 씨앗을 옮기는 일은 흔했다. 오래된 벚나무가 우리나라에 많은 이유도 일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그들이 좋아하는 나무를 많이 심었기 때문이고, 일본사람들이 이사하면서 도자기가 깨지지 않게 포장에 사용한 망초가 지금 우리나라 전국에 피어있는 것도 식물이 오고 가는 것에 크게 문제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목련도 망초처럼 지금은 주변 숲에서 큰 나무 주변에 많은 아기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숲에서도 보기 힘든 나무가 아니다. 다시 한 번 국경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일본목련을 후박나무로 잘못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에서 일본목련을 한자로 후박(厚朴)이라 쓰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학명이라는 국제이름이 따로 있고, 우리나라 남쪽에서 자라는 후박나무와도 이름이 겹치니, 일본에서 부르는 이름과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이름은 구별하는 것이 맞다. 

꽃이 피지 않았어도 큰 잎이 돋보이는 일본목련은 잎이 있는 시기에는 어디서든 눈에 띈다. 다른 목련들은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데, 일본목련은 꽃이 나중에 핀다. 목련 꽃은 특이하게도 우리가 보는 흰색 또는 자주색의 꽃잎이 모두 꽃잎이 아니다. 자세히 보면 그 크기와 모양이 다르다. 일본목련도 3개의 꽃받침잎과 6~9개의 꽃잎으로 되어있다.

내년 봄에 목련꽃을 보거든 꽃잎들을 보며 미묘하게 다른 꽃받침을 찾아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북한에선 일본목련을 황목련이라고 부른다. 꽃이 노란빛을 띄는 흰색이기 때문이다. 평안북도 삭주군 80년 된 황목련군락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지금도 북한의 숲은 우리나라의 헐벗었던 그때 모습이라고 하던데, 관광자원으로라도 남겨놓은 숲이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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