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대표작 포함 소장품 한자리에

상대성 원리

마가미술관(관장 송번수, 최영순)이 송번수 작가의 판화, 타피스트리, 종이부조 등 끊임없는 도전과 모색이 담겨져 있는 작품을 모아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그의 화력을 탐색할 수 있는 전시를 연다. 한국현대섬유미술에서 독보적인 송 작가의 작품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7 마가미술관 특별기획 소장품 특별전’이다.

송번수는 1943년 충청남도 공주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공예학과에서 스승 유강열에게 염직과 판화기법을 지도받았다. 이후 1977년 파리 유학 중에 자신의 대표적인 소재인 ‘가시’와 타피스트리 기법을 만났다. 

그의 작품세계는 70년대 판화로 제작한 ‘공습경보’ 시리즈부터 2000년대 타피스트리 작품 ‘이라크에서 온 편지’ 시리즈,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다룬 작품 ‘2011.3.11.’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한 깊은 탐색이 인상적이다. 

그의 초기 판화작업들은 당시 한국에서는 새로운 판화기법이었던 팝아트적인 형식을 이용한 사진감광제판방식의 실크스크린 기법을 사용했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특히 1970년대 정치적, 사회적인 상황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 제작됐다는 점에서 한국현대판화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시기 시작된 시리즈 작품 ‘판토마임’은 연속된 이미지의 미묘한 변화를 통해 판토마임 배우처럼 관람자와 소통한다. 나무 결을 살린 목판화 작업과 세리그라프 작업이 사용된 시리즈 작품인 ‘상대성 원리’는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메시지와 인간 삶, 우주를 유지하는 힘에 대한 균형을 시각화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1977년 석판화를 배우기 위해 떠난 파리 유학 시기부터 보베의 국립 타피스트리 갤러리 감동은 송 작가를 타피스트리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는 다양한 기법의 연구를 통해 1995년 가시줄기의 명암과 그림자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독창적인 표현양식을 얻는다. 

송 작가만의 독창적인 언어들은 여러 기법에서 발현됐다. ‘꽃’, ‘가시’ 등 주제가 반세기에 걸쳐 판화, 종이부조, 오브제, 환경조형물에 이르는 방대한 작업의 작품세계로 펼쳐졌다. 파리 체류기간중의 기억이 담긴 ‘몽소공원’(1978)의 꽃과 작가의 광기를 드러내는 도구로써 꽃을 담은 ‘광화’ 시리즈(1978)가 있다. 1977년 파리유학기간에 ‘가시’가 작품에 등장하고 타피스트리 기법을 만나 표현을 확장시킨다.

1985년 원색의 색면들로 구성된 대형작품과 삶과 죽음에서 가족과의 이별로 ‘생’에 대한 열망을 담고 있는 ‘생의 오케스트라’ 시리즈, ‘B작업실의 팔레트’에서 흩뿌려진 물감으로 색면이 표현되고 ‘상대성원리’에서 나뭇결의 섬세한 표현이 1995년 가시와 그림자가 정교하게 표현되는 타피스트리 직조로 정립되게 된다.

이후 그의 독보적 작품 수준을 인정하듯 2001년 헝가리 개국 1000년 기념 국제 타피스트리 전시에서 송번수는 최고상을 수상해 국제적인 위상을 떨쳤다. 당시 전시에서 가시이미지의 ‘이성과 논리’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고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는 후문이다. 

‘가시’는 기법과 표현의 완성도와 더불어 개인과 국가의 고난의 역사를 상징하고 종교적 도상으로 읽혀지기도 한다. 그 종교적 주제와 함께 ‘가시’의 언어는 1993년 ‘우주-빛이 있으라’ 연작과 ‘미완의 면류관’(2002~2003)의 완벽한 조형적 언어로 모색된다.  

최근 그는 ‘조국의 여명’을 통해 2016년 대한민국의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을 희망으로 전환하고자하는 작가의 염원을 담아내기도 했다. 

1960년대부터 독자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꿰뚫는 작품들을 선보였던 송번수는 이번 전시에서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많은 작품들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반세기 그의 긴 여정을 읽을 수 있는 이번 특별전은 마가미술관 제 1,2전시실에서 12월말까지 이어진다.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031-334-0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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