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1960년대까지 라튬의료기가 광고됐다.

북핵 사태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안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는 핵폭탄은 폭발 그 자체뿐 아니라 광범위한 방사선을 방출해 인류에게 치명적 피해를 준다. 방사선은 19세기말 베크렐 등이 발견했으나 위험성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1898년 퀴리부인은 라듐이라는 강력한 방사선 방출 물질을 발견했다. 빛을 내는 라듐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에서 암세포와 세균을 죽이는 것이 발견됐고, 몸에 활기를 가져줄 신비의 영약이라는 믿음이 퍼져나갔다. 

방사선을 뿜어내는 라듐은 상처에 바른 연고, 화장품, 치약, 비누 등에도 들어갔고 심지어 라듐 생수도 출시됐다. 지금으로서는 경악할 만한 일이었지만 1920년대까지는 방사선의 유해성에 대해 관심이 적었다. 특히 엄청난 방사선을 방출하는 라듐은 어두운 곳에서도 스스로 초록색 빛을 발산해 신비로움을 더했다. 초록빛의 신비는 방사선에 노출되면 괴력을 얻게 되는 초록 피부의 헐크나 방사성 거미에 물려 초능력을 얻는 스파이더맨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었다. 

시계에 라듐을 발라두면 어두운 밤에도 금방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시계 제조업자들은 스스로 빛을 내는 라듐에 관심을 가졌다. 라듐 시계는 곧 일반인에게 인기를 얻었고 제조회사는 많은 직원들을 고용해서 시계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시계 자판에 라듐을 칠하는 과정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었고 대부분 젊은 여자들이 담당했다. 젊은 여직원들은 작은 시계 자판에 라듐을 칠하기 위해서 얇은 붓을 사용했는데 입술과 혀로 붓끝을 다듬어서 얇게 유지했다. 게다가 일부 여직원들은 라듐을 매니큐어처럼 손톱에 발라서 반짝이는 모습으로 만들기도 했다. 

반짝이는 손톱을 자랑하던 라듐 시계공장 여직원들이 하나 둘씩 사망하고 각종 질병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턱뼈에 작은 구멍들이 생기고 빈혈로 고통을 호소하는 기이한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원인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기묘한 원인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비슷한 연령의 젊은 여성들이 근로하던 곳은 바로 라듐 시계공장이었고 원인은 라듐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이었다. 1927년 법적 소송이 시작되면서 언론에 알려졌다. ‘라듐걸’로 미국에 충격을 줬던 이 사건은 1928년 라듐 페인트를 개발한 사람까지 방사선 노출로 인한 재생불량성 빈혈로 사망했다. 오랜 기간의 법정 공방 끝에 결국 공장은 폐쇄됐다.
 

붓으로 라듐시계 자판에 칠을 하고 있는 근로자들

라듐걸 사건으로 방사선 유해성 논란이 있었지만 라듐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미국의 윌리엄 베일리라는 사업가는 음료수에 라듐을 집어넣은 라디톨을 발매하면서 당뇨, 빈혈, 변비, 천식 등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종의 사이비 치료였다. 베일리의 고객 중 한명인 에벤 바이어스는 철강회사를 운영하는 백만장자로 유명한 스포츠맨이었다. 운동 중 얻은 팔 부상에서 라듐 음료수를 먹고 효과가 있었다고 느낀 바이어스는 라듐 음료수를 맹신했다.

듐 음료수를 3년 넘게 복용했던 바이어스는 1932년 두개골에 구멍이 뚫리고 턱뼈가 부서지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1934년 라듐의 발견자였던 퀴리부인마저 방사선 노출에 의한 재생불량성 빈혈로 사망하게 되자 방사선은 더 이상 희망의 빛이 될 수 없었다. 건강에 치명적인 방사선을 뿜어내는 물질들은 시장에서 서서히 퇴출되기 시작했고 다른 물질로 교체됐다. 

안타깝게도 1920년대 이미 방사선의 유해성에 대한 주장은 있었다. 1927년 유전학자 뮬러는 X선을 이용해서 초파리 실험을 통해 인위적인 유전자 돌연변이를 만들 수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이러한 돌연변이가 인간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사람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노벨상위원회는 뮬러의 발견을 높이 사 1946년 노벨상을 수여했지만 이미 수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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