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세대 아우르는 평화의 장소 염원
756명, 74개 단체 건립기금 모금 참여

용인시청에 건립된 용인 '평화의 소녀상'은 평화를 갈망하는 용인시민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15일 제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용인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용인시청에 ‘용인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 평화의 소녀상 제막은 용인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가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겠다며 대외에 알린지 5개월여 만이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제막식은 거리의 춤꾼 이삼헌씨가 일본군 위반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제막’ 공연을 시작으로 헌화와 시민축사, 평화비 비문 낭독, 희망을 주제로 한 시민한마당 공연 등이 진행됐다. 특히 이날 제막식은 평화의 소녀상 주인은 시민임을 강조하기 위해 내빈들이 헌화를 하고, 일반 시민과 청소년이 축사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공동대표인 양기석 신부는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은 내 곁에서 아파하고 있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나서서 기억하고, 추모하고, 치유하기 위해 나겠다고 하는 시민들의 염원의 결과”라고 강조하며 아픈 역사에 관심을 갖고 다시는 이러한 아픔을 잊지 않도록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따뜻한 이웃이 돼 줄 것을 당부했다. 

거리의 춤꾼으로 불리는 이삼헌 씨가 '제막'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불교계를 대표해 공동대표를 맡은 도원스님은 “시청 광장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질 수 있었다는 것은 용인시민의 축복”이라며 “이 곳이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명소가 되어서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의 장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어 “오늘 행사가 1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공부하고 관리하고 정신적인 지주가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로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동대표인 고기복 목사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면서 “역사를 잊지 말자고 우리에게 말씀하고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면서 오랜 세월 희생한 할머니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인권 회복 위해 한·일위안부 합의 폐기해야”

평화비로 명명된 용인 '평화의 소녀상'은 용인시민과 미래 세대의 올바른 역사교육의 현장이 될 것이다.

실무대표를 맡은 오영희 공동대표는 추진위 구성부터 제막식에 이르기까지 추진위의 건립 기금 마련과 홍보활동, 평화의 소녀상 건립 장소 선정 과정에 대해 설명한 뒤 건립 장소 합의 전 섣부른 용인시의 언론 발표에 유감을 전하기도 했다. 

추진위에 따르면 용인 평화의 소녀상은 용인시민 756명과 74개 단체의 후원과 참여로 6800여만원이 건립기금으로 모금됐다. 오 대표는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일본은 진정어린 사과와 법적 책임을 져야 하고 이에 반하는 한일위안부 합의는 폐기돼야 한다”며 정부에 합의 폐기를 촉구했다. 특히 “미래 세대의 교육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중요하다”며 “시민들이 주체가 돼 건립된 소녀상은 관리주체가 시민이 돼야 하고, 시청의 주인도 소녀상의 주인도 시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애국가를 선창한 용인의 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가 참석해 축하 인사를 전해 의미를 더했다. 오 지사는 고향 용인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는데 함께 한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일제시대 힘없는 나라 때문에 희생된 분들을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소녀상 뜻이 후세에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며 “이런 아픈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오희옥 지사는 의병장 오인수를 할아버지, 서로군정서 별동대장과 경비대장으로 활동한 오광선 장군을 아버지로 둔 독립운동가이다.

오희옥 독립지사 제막식 참석 감사 전해

축사에 나선 용인 3대 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가 용인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제막식은 평화의 소녀상은 시민이 주인임을 강조하기 위해 내빈이 아닌 건립 기금 모금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과 청소년들이 축사에 나섰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건립기금 모금에 동참한 김나현씨, 전국에서 처음으로 작은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한 태성고 2학년 유지환 군과 친구들과 함께 돼지저금통 모금활동을 벌인 상현고 3학년 윤유빛 양 등이다.

김나현 씨는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이뤄낸 소녀상이니 만큼 오늘을 시작으로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내년 8월 15일 소녀상 기념행사가 진행되길 소망한다”며 “청소년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데리고 이곳에 와서 ‘아빠 엄마가 함께 해서 소녀상이 건립됐단다’는 소중한 기억을 물려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초등학교 역사시간에 본 일본군 위안부 영상을 잊지 못한다는 유지환 군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녀들의 고통과 아픔이 아직까지 큰 울림으로 전해지는데 그 울림이 이 자리까지 오게 한 것 같다”며 “할머니들을 만나면 혼자 힘겨워하시지 말고 함께 슬픔을 나누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의 소녀상은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리고 소녀같은 마음을 위로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진정한 한국인으로 성장시키는 상징물이 될 것”이라며 “광복 72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누군가의 마음에는 아직 진정한 광복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에서 살아갔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축사 나선 시민·학생들 평화로운 나라 기원

소녀상 건립 모금활동에 참여하면서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윤유빛 양은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일을 돕는다는 느낌으로 참여했지만 모금활동을 진행하면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우리 모두의 일이지 앞장서서 활동하는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소녀상이 많은 일을 해낼 거라 믿는다는 윤 양은 “할머니들과 가족, 상처 받은 모든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돕겠다고 생각하는 많은 이들의 주인의식을 깨워줄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행복한 사회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막식은 동천마을합창단 밥챙알챙의 독립군가로 마무리된 1부에 이어 민예총 사물놀이, 용인무용협회 송주현 회장의 진혼무, 통기타 가수 이해석씨의 노래, 보라고 댄스동아리의 공연 등 시민한마당행사가 이어졌다. 

추진위는 조만간 5개월 여의 활동을 결산하고 향후 관리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해산총회를 열 계획이다.

-----------------------------------------------------------------------------------------------------

평화의 소녀상 의미

용인시청 광장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전쟁의 상처와 할머니들의 아픔을 예술정신으로 형상화한 상징들이 녹아들어 있다. 
   
△왼쪽 어깨 위의 새: ‘평화’와 ‘자유’를 상징한다. 산 사람과 돌아가신 이를 영적으로 연결해주는 ‘영매’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즉,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과 지금도 일본 정부와 투쟁하고 있는 할머니들을 이어준다는 의미다.

△그림자: 소녀상 바닥에는 그림자가 새겨져 있는데 소녀가 아닌 할머니의 모습이다. 소녀가 할머니가 되기까지 기나긴 시간이 흘렀지만 일본의 사과와 반성은 없었다. 할머니의 한이 서린 시간의 그림자이다.

△하얀 나비: 그림자 가슴 부위에 새겨진 하얀 나비는 ‘환생’을 의미한다. 한을 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이 더 좋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 생전에 원했던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뒤꿈치를 든 맨발: 소녀상의 발뒤꿈치는 살짝 들려있다. 맨발에서 느낄 수 있듯이 전쟁이 끝나 돌아왔지만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긴 세월 동안 아픔 속에 편히 쉬지 못하는 할머니들의 고단한 삶이자 한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불편함을 표현한 것이다.

△빈 의자: 평화의 소녀상 옆에는 빈 의자가 놓여 있다. 이는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먼저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의 쓸쓸한 빈자리를 뜻한다. 두 번째는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앉아 당시의 심정을 생각해보고 할머니들의 외침을 함께 느껴보는 자리이다.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싸워온 할머니의 염원을 미래세대가 끝까지 함께하는 약속의 자리라는 또다른 의미도 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