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트로바토레는 베르디 작품 중에서 등장인물의 성격을 음악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 꼽힌다. 그래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끄는 작품이다. 반면 코러스의 역할은 미미해 거의 장식용으로밖에 표현되지 않았다. 중간에 대본가 캄마라노(Cammarano)가 죽는 바람에 발다래(Baldare)가 대본을 완성했다. 주인공이 중간 중간에 부각되지 못한 데에 비해서 엘레오노라(Elonora)와 만리코(Manrico)는 오페라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페이지를 남기게 된다. 마지막 아주체나(Azucena)의 반전 또한 드라마에 극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손색이 없다.

자신의 아들을 직접 죽이는 실수를 범한 그녀는 자신의 회한을 한평생 숨겨온 어머니로서의 분노가 그녀가 부르는 노래에 강한 악센트로 남아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도록 표현된다.

15세기 스페인. 이야기의 주인공인 집시 아주체나(메조소프라노)는 자신의 어머니가 백작의 혼을 뺏은 대가로 화형을 당하자 복수심으로 백작의 두 아들 중 한 아기를 납치해 같은 불속에 집어넣어 죽인다. 하지만 그 아기는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실수로 죽인 그녀의 친아들이었다.

대신 그녀는 납치한 백작의 아들을 자신의 아들처럼 키우게 된다. 운명의 장난처럼 백작의 아들 두 형제는 한 사람은 백작의 아들로, 또 한 사람은 집시의 아들로 자라면서 동시에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창문 밑에서 들려오는 음유시인의 노랫소리를 듣고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엘레오노라(소프라노)는 음유시인 만리코(테너)의 노래 소리가 들려오자 그를 마중하러 나간다. 동시에 엘레오노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러 도착한 루나 백작(바리톤, 실제 만리코의 형)은 음유시인 만리코와 부딪치게 된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백작은 만리코라는 이름의 음유시인과 결투를 벌인다.

이후 엘레오노라는 수녀가 되길 원하지만 만리코가 그녀를 찾아와 두 사람은 함께 떠난다. 루나 백작은 집시 아주체나를 잡아 가두고 옛날에 자신의 동생을 불구덩에 넣었던 죄를 확인한 후에 화형 명령을 내린다. 소식을 들은 만리코는 엘레오노라와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그의 어머니 아주체나를 구하기 위해 나간다. 만리코의 노력은 실패한 채 도리어 성안의 지하실에 감금된다. 루나 백작은 날이 밝으면 만리코를 교수형에 처하라고 명령할 기세다. 한편 엘레오노라는 백작에게 두 사람을 살려주는 대가로 그의 여인이 되겠노라고 서약한다. 하지만 만리코와 사랑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결심하고 독약을 마신다.

만리코와 함께 갇혀있던 아주체나는 엘레오노라로부터 석방에 관한 소식을 듣는다. 그러자 만리코는 백작과 그녀 사이에 음모가 있음을 눈치 채고 석방을 거부한다. 그녀는 이미 몸에 독이 퍼져 만리코의 품안에서 숨을 거둔다. 그녀와의 약속을 이미 잊어버린 루나 백작은 만리코를 처형하고야 만다. 그 소식을 들은 아주체나는 그동안 숨겨왔던 참혹한 진실을 밝힌다.

“어머니의 죽음에 이성을 잃은 그녀가 실수로 자신의 아이를 불속에 집어넣었는데 대신 키운 만리코가 바로 납치된 루나 백작의 동생이니 드디어 그녀의 복수가 이루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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