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인가 봅니다. 내가 물건인지, 물건이 나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21세기의 엄청난 풍요로움 속에서, 피로가 많이 쌓였던 게지요. 사람이 본시 다 비슷해 무엇을 더하기는 쉬워도 덜어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임을 압니다. 늘 무언가 부족한 것 같고, 저 물건만 있으면 삶이 참 많이 달라질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경험으로 압니다. 당장 홈쇼핑에서 나를 유혹하는 저 신상도 일단 집안으로 들어오면 그 효용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요.

집에 있는 냉장고 한번 열어보세요. 혹시 마트가 통째로 들어가 있진 않은가요? 언제 샀는지 모르는 소스병과 짓물러가는 채소들, 냉동고에서 말라가는 고기들, 구석구석 살펴보면 “어머! 이게 여기 있었네!” 하는 것들이 보입니다. 참 이상하죠? 항상 필요한 것만 산다고 샀는데 냉장고는 늘 뒤죽박죽입니다. 냉장고 밖 싱크대 서랍장은 더 심각하죠. 대용량으로 파는 가공식품들이 꽉 들어앉아 “언제 나 먹을거니~” 하며 노려보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물건과 정보에 둘러싸인 복잡한 세상, 오늘부터 하나씩 비워보면 어떨까요?

제일 먼저 냉장고부터 해보세요. 첫 번째, 이틀 이상 손도 안 댄 식료품들을 과감히 버리세요.
두 번째, 모아두었던 반찬통을 10개만 남기고 버리세요.(너무 아깝다면 이웃에게 나눠주세요.) 그리고 세 번째, 냉장고가 여러 대라면 하나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꺼두세요. 겨울 김장철이 아닌 다음에야 김치 냉장고와 일반 냉장고를 함께 쓸 일이 없지요. 마지막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대형마트에 가던 일과 인터넷으로 식료품을 구입하는 일을 중단해 보세요. 대신 동네 작은 가게에서 작은 단위로 장을 보세요.

좀 시간 여유가 있으면 매일, 아니면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씩 구매하세요. 처음엔 불편할 거예요, 대형마트엔 없는 것 없이 종류도 다양한데, 동네가게는 원하는 물건이 없거나 왠지 품질이 떨어질 것 같죠. 그런 찜찜함과 불편함을 견뎌보세요. 막상 사서 써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대형 마트에 비해 포장 단위도 작으니 쌓아놓고 잊어버릴 일도 없지요.

이렇게 시작하는 냉장고 비우기는 우리 마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거예요. 동네 정육점, 채소 가게, 작은 슈퍼, 빵가게, 보세옷가게, 책방, 철물점들이 더 이상 경영난에 허덕이지 않을 테고, 동네 가게 몇 곳을 돌려면 자동차보다는 걷는 게 편할 테니, 골목이 사람으로 붐빌 거예요. 골목을 걷다보면 가게주인들과도, 자주 마주치는 이웃들과도, 가벼운 인사를 나눌 수 있을 겁니다. 생각만 해도 유쾌하지 않나요?

우리 집 냉장고 비우기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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