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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담 의료비와 재난적 의료비
  •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
  • 승인 2017.08.0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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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m가 넘는 장맛비가 쏟아지면서 전국 곳곳에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한 시간에 50~100mm씩 강하게 내리는 폭우에 수도권 등 여러 지역에서 침수 등 피해를 입었다. 재해 복구를 위해 많은 힘과 비용이 들고, 정부는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해 지원하기도 한다.

생명을 구하는 의료분야에도 많은 비용이 발생하며, 특히 각종 첨단 의료기구를 이용하는 현대의학에서는 막대한 의료비용이 소모된다. 개인 재정 상황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현대가 아니라 과거에도 의료비용은 국민들에게 부담이 됐다. 특히 치료의 상당수를 천연 약초에 의존해야 했던 시대에 구하기 어려운 귀한 약재는 부르는 것이 값이었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 정부는 보관했던 약재를 풀어 지원하기도 했고, 지방에서는 유력인사를 중심으로 약계를 조직해 약초나 돈을 모아 질병에 걸린 사람을 도와주기도 했다.

높은 의료비용이 가계 살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의료비용이 매우 높은 미국에서는 중증 질환이 발생할 경우 막대한 의료비용으로 경제적 빈곤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1970년대 시작된 이 연구는 어느 정도의 의료비용이 문제가 될 것인가, 사회적 지원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은 언제가 좋은가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됐다. 초기 연구모델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일 경우 가계에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수백만 원의 치료비가 발생하면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직관적인 개념이었으나 소득 수준에 따라서 부담이 되는 의료비용은 다를 수 있기 마련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마틴 펠드스타인은 가계소득의 10%를 초과하는 의료비용은 부담이 되는 시작점이라는 모델로 연구를 시작했다. 의료비를 10%, 20% 등 다양하계 분류해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소득에서 차지하는 의료비 비율이 증가할수록 사회적 지원체계로는 부족하며 가족이나 친척 등에 지원을 요청하거나 직접적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결과가 나왔다.

의료비 부담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사가 집중된 것은 2009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시행된 다국적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부터이다. 의료비 개인 부담률이 높은 국가에서 가계 지출에서 의료비 부담률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국가 지원이 부족하고 개인 의료비 부담률이 높았던 한국은 당연히 가계지출에서 의료비 부담률이 높은 국가에 속하게 됐다. 특히 OECD 국가들 중에서는 거의 최하위군에 속했다.

한국에서도 의료비 부담률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 됐다. 그 결과 10% 이상의 의료비를 지출하는 경우 일상 생활에서 미세한 변화가 시작되며 30% 이상으로 높아지는 경우 생활 형편이 조금씩 나빠지기 시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비가 가계지출의 40% 이상 차지할 경우 부채가 증가하는 등 상당한 위기상황이 시작된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40% 선을 과부담 의료비의 한계점으로 정의했고 한국에서는 ‘과부담 의료비’로 번역돼 사용됐다.

최근 한국 정부는 과부담 의료비를 ‘재난적 의료비’라는 용어로 바꾸고 의료비의 한계점을 세계보건기구의 가처분 소득의 40%가 아닌 수입의 10%로 변경해 대상자를 1999년 1.73%에서 19.3%로 크게 증가시켰다. 과부담이라는 용어보다 ‘재난’이라는 단어가 주는 충격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의료비가 10%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준점에 대한 적절성 논란도 있다.

만성질환이 증가하고 암 등을 비롯한 중증질환 치료 방법이 개발되면서 의료비는 점차 상승할 수밖에 없다. 높은 의료비는 더 좋은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질병 치료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의료비를 개인이 지불할 경우 큰 부담이 되며 중증질환 치료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도 있다. 중증질환과 의료비 부담으로 걱정하는 가정에게 ‘재난적 의료비’라는 공포를 심어주는 것은 이중으로 고통을 주는 것이다. 부담이 되는 의료비용이라고 해도 완치를 위한 희망을 줄 수 있는 의료비라고 생각하고 국가 지원이 적절하게 이뤄진다면 행복한 의료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재난이 많은 시절이다. 질병과 치료비로 걱정이 많은 가정에 ‘재난’이라는 말로 더 큰 공포를 주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한국보다 의료비가 10배 이상 비싼 미국에서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이 한국보다 적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한국은 국가지원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의료급여 재정도 부족해서 의료기관 지급이 매년 지연되고 있다.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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