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평생교육학교 장애인 6명
보편적 감정 ‘사랑’ 모티브로 제작
잔잔한 감동 주는 단편영화 완성

중증장애인 6명이 제작한 단편영화 '하고 싶은 말 주인공 최우준(완쪽)와 영화감독 김종민씨

“아메리카노 주세요~”
무심코 말하는 이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첫 한마디. 더군다나 그에게는 뇌병변 1급 중증장애까지 있다.

우리동네평생교육학교 중증장애인 학생 6명이 영상제작과정을 배워 6분짜리 단편영화를 만들어 화제다. 제목은 ‘하고 싶은 말’이다.

영화는 중증장애인 청년이 짝사랑하는 카페 여종업원에게 한 마디의 말을 건네는 과정을 담았다.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고 말 한마디 하기도 벅찬 중증 장애를 가진 청년이 ‘하고 싶은 단 한마디 말’을 위해 연습하고 노력하고 좌절하기도 한다는 내용이다.

제작에 참여한 장애인은 모두 6명. 남자 주인공에 최우준씨(39·뇌병변장애1급), 시나리오 작성에 이한진씨(26·뇌병변장애1급), 감독보조 김호중씨(32·하지기능장애1급), 메이킹 필름 제작 김선봉씨(49·지체장애1급) 등이 각각 역할을 맡았고, 이진영씨(25·지적장애 1급)와 김민진씨(22·뇌병변장애3급)는 각각 스텝보조를 했다. 이들은 자칫 무겁고 어두워질 수 있는 장애인 이야기를 소탈하고 담백하게 표현해냈다.

이들을 가르친 선생님 역시 장애를 가지고 있다. 영화감독이기도 한 김종민씨는 장애인을 소재로 한 영화를 주로 만들어왔다. 평소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김 감독은 우리동네평생교육학교 김진규 이장의 부탁에 흔쾌히 시간을 냈다고 한다.

“저도 뇌병변 3급 장애인이에요. 그래서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덜했던 것 같아요. 영화 제작 중 가능한 모든 부분에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려고 했고 잘 따라와 줬어요.”

김 감독은 수업 내내 무엇보다 6명의 학생들의 속마음을 듣고 생각을 나누는데 집중했다. 학생들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고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영화 주제는 이런 과정을 거쳐 김 감독과 학생들의 끝없는 토론 끝에 정해졌다. 장애인의 인권문제처럼 심각한 주제부터 부부의 일상적인 이야기, 연애와 소개팅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가 거론됐다. 무엇보다 너무 무겁지 않은 주제이면서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공통적으로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

주인공을 맡은 최우준씨는 이런 영화의 포인트를 잘 잡아 연기해냈다. “영화 장면 중 경전철에서 좋아하는 여성이 지나가는데 말 한마디 못하고 그저 바라보는 장면이 있어요. 저도 모르게 실제 영화 속 인물이 돼 가슴이 너무 아팠던 것 같아요.”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는 최씨는 이 장면에서 깊은 내면연기를 보여줄 만큼 숨은 실력을 뽐냈다. 최우준씨는 지역에서 중증장애인 스포츠 종목인 보치아 선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연습할 공간이 없어 늘 고민이에요. 장애인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기회를 주길 바라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감독보조를 맡았던 김호중씨는 이번 영화를 통해 감독으로의 꿈을 갖게 됐다고 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 장애인이 비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는 이 둘의 차이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과연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모티브가 됐죠.”

평생교육학교 학생들의 영화제작에 큰 힘을 실어준 김진규 이장은 “이번 영화 프로젝트는 표현이 서툴고 언어생활이 힘들지라도 우리 문제를 우리 스스로 표현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며 순간순간 힘들었을 텐데도 잘 따라와 준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영화 '하고 싶은 말'은 유튜브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https://youtu.be/1rvHmbGLQ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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