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장마가 끝나가니 이제는 무더위와 싸워야 하는 휴가철이 본격 시작됐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휴가철이 거의 같은 시기로 정해져 있어서 어딜 가나 차도 많고 사람도 많다. 집 떠나면 고생할 게 뻔한 휴가철이지만 그래도 휴가는 떠나야 제 맛이라는 사람도 있을 테고, 아무리 누추해도 편안하고 익숙한 내 집이 최고라며 이른바 ‘방콕’ 휴가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휴가지이든 내 집이든 휴가철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책이 아닐까 싶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뜻하지 않은 시간에 책 한 권 펼쳐들 때의 즐거움이란 맛으로 견주자면 달콤새콤하면서 톡 쏘는 레몬에이드이다. 방콕 휴가라면 익숙한 곳에서 낯선 방식의 책읽기를 권한다. 밥 먹을 땐 책 보는 거 아니라는 잔소리 대신 아이들과 주전부리를 먹으며 만화책을 읽어도 좋겠다. 책 읽으며 마시는 맥주는 얼마나 술술 넘어가는지 한번 경험해보길 권하며 용인시작은도서관협의회 추천 휴가철에 읽으면 좋은 책을 소개한다.  /편집자

사자왕 형제의 모험·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여름하면 박진감 넘치는 모험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으로 유명한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두 형제, 칼과 요나탄의 판타지 모험 동화다. 동화지만 짜임새가 훌륭하고 ‘낭기열라’라는 사후세계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어린이에게 죽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를 어느 정도 해소해 준다.
 

할머니의 여름휴가·안녕달
우리에게 『수박수영장』이라는 그림책으로 달콤한 즐거움을 안겨준 안녕달 작가의 또 다른 그림책이다. 다리가 아파서 휴가를 가지 못 하는 할머니가 손자에게 받은 선물로 인해 뜻밖의 휴가를 떠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꼬깽이_전3권·김금숙
재미로 따지자면 만화책이 으뜸이다. 세대를 아우르는 만화책 『꼬깽이』(김금숙)는 장난기 넘치는 시골 소녀 꼬깽이와 그 가족들의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을 준다. 198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세대라면 공감할 내용이면서 지금 아이들한테는 부모 세대가 어떤 어린 시절을 지나왔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다면 옛날 명작만화를 복간한 『요철발명왕』도 좋을 것 같다.

7년의 밤·정유정
뭐니 뭐니 해도 여름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기게 되는 재미난 소설책이 딱이다. 6년 전에 나온 책이건만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로, 지금은 스테디셀러로 독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소설이다. 영화로도 제작돼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데 아직 안 읽었다면 올 여름에 읽어보길 권한다. 영화와 비교하는 맛도 좋을 테고 무엇보다 더위를 싹 가시게 해주리라 믿는다. 정유정 작가의 이름을 믿고 그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다면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도 권한다. 청소년 장편소설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좋다. 애들 말로 하면 꿀잼 보장!

오직 두 사람·김영하
최근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작가가 대놓고(?) 광고한 그 소설이다. 단편소설집이라 짧은 호흡으로 읽기에 좋다.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져주는,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책이다. 이렇게 짧은 호흡으로 책을 즐기고 싶다면 『날마다 눈부신 나의 인생』(김달국 글, 이정길 사진),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박준)도 권한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사사카 후미오
최근 몇 년 전부터 미니멀리즘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방송에서 소개된 후 유명세를 타기도 했는데, 휴가를 떠난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가 자문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찬찬히 생각해보는 즐거움을 주리라 믿는다.

 

근대를 산책하다·김종록
사적(史的) 휴가를 즐기고 싶은 독자에겐 역사책을 권해본다. 무심한 서울거리 속에 숨어있는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산책이 된다. 멀리 떠나야만 여행인 것은 아닐 터, 가까운 서울에서 근대를 느끼며 나만의 색다른 휴가를 즐겨도 좋겠다. 우리 역사의 분기점이 됐던 1492년, 1820년, 1914년, 1945년. 그때 세계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궁금하면 『그해,  역사가 바뀐다』를 펼쳐보라.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과 그를 죽인 조선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의 치열한 삶을 따라가 보는 『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도 살며시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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