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엘리제를 위하여’ 라는 곡을 모르는 독자는 없으시겠지요. 피아노를 배웠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가 접했을 가장 대중적인 피아노 소품이기도 합니다. 클래식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분들일지라도 핸드폰 벨 소리, 차량의 후진 경고 안내 소리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들어왔던 친근한 곡이기도 합니다.

그런 ‘엘리제는 위하여’는 베토벤이 죽은 지 40여년이나 지나서 악보가 발견돼 출간됐답니다. 베토벤 생전 주위에는 ‘엘리제’라는 이름의 여인은 없었는데, 도대체 그 엘리제는 누구냐는 것을 우선으로 해서 베토벤이 만든 이 곡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게 됐지요. 

1810년경 나이 마흔의 베토벤이 18세의 어린 제자 ‘테레제 말파티’에게 흑심을 품고서 이 곡을 썼다는 이야기가 먼저 시작됐습니다. 베토벤이 워낙에 악필이고 악보를 열 번이고 백번이고 마음에 들 때까지 수정하는 버릇이 있어서 ‘테레제’라고 쓴 것을 ‘엘리제’로 잘못 읽어서 출판됐다는 이야기예요. 베토벤은 스물두 살 차이의 꽃봉오리 같은 테레제에게 홀딱 반해버려서 이 곡을 써 바치면서 청혼했는데, 그 소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분노한 그녀의 가족들에게 봉변을 당하고는 크게 좌절했다는 말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엘리제’는 베토벤의 친구인 ‘조제프 뢰켈’이라는 사람의 여동생 ‘엘리자베스 뢰켈’인데, 그녀는 ‘마리아 에바 엘리제’라는 또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는 피아노 연주자겸 오페라 가수로 활동했던 베토벤보다 23세나 어린 처녀였답니다. 그런 엘리자베스가 1810년에 빈으로 떠나버리자 애타는 마음을 곡으로 만든 게 ‘엘리제를 위하여’라는 말도 있는데,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대요.

그나저나 베토벤의 여성 취향도 참으로 뻔뻔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우리나라 연예인들도 나이 차이가 엄청난 이성과 결혼을 하는 예가 가끔 보이지만, 그래도 어떻게 자기 딸 뻘 되는 아가씨에게 흑심을 품고…. 아니 흑심을 품을 수 있다고 쳐도 어떻게 그것을 행동으로까지 보일 수 있었는지. 참으로 뻔뻔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하하! 

여하튼 일반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은 그런 취향 때문이었는지 베토벤은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았다지만 그가 사랑에 빠져있지 않았던 적은 한시도 없었다고 하네요. 즉, 아주 많은 여인들과의 사랑이야기가 전해진다는 말이지요. 그것도 아주 열정적인. 여하튼 베토벤의 이루지 못한 사랑은 측은지심으로 봐주거나, 후세에 의해 힐난 받아 마땅할지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만들어진 곡은 너무나 아름다워 널리 사랑 받는 명곡이 됐으니 이 무슨 일이랍니까!

‘엘리제를 위하여’는 대중음악 쪽으로도 여러 방식으로 연주되고 노래로 불렸는데, 그 중 제가 참으로 좋아하는 버전은 라틴음악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카타레나 발렌테가 불러서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히트했던 ‘정열의 꽃’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노래하고, 볼프 호프만(Wolf Hoffmann)이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한 블루스 풍의 연주곡입니다. 그 중 오늘은 볼프 호프만의 연주 곡 ‘Blues for Elise’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볼프 호프만은 독일 출신의 정통파 헤비메탈그룹인 ACCEPT에서 지금도 연주하고 있는 기타리스트입니다. 192센티미터의 큰 키와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주 솜씨가 전체적으로 무게감을 주는 사람이지만 다양한 예술적 감성이 뛰어납니다.

1997년에 그 빛나고 무게 있는 일렉트릭 기타 솜씨로 우리 귀에 익숙한 클래식들을 록과 재즈 블루스 등의 버전으로 편곡을 해서 세상에 내놓은 ‘Classical’이라는 앨범이 있는데, 수록곡 모두 늘 우리 귀에 익은 곡인지라 한 곡도 버리기 아까운 그런 앨범이거든요. 오늘 소개하는 Blues for Elise 가 바로 ‘엘리제를 위하여’를 블루스로 편곡해서 그 앨범에 수록한 곡입니다. 곡의 분위기는 장중한 느낌과 더불어 진한 쓸쓸함이 몸을 휘감아 돌 것이라고 미리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때문에 진한 커피 한잔을 옆에 두고 들어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볼프 호프만의 Blues for Elise 동영상 https://youtu.be/v8QtrY3iIg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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