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덩굴

얼마간 소나기같은 비가 계속 내렸다. 천둥과 번개도 자주 볼 수 있었다. 가뭄이 계속 된다 걱정했는데 비가 많이 온건 그나마 다행이다. 오랜만에 숲에 갔더니 많은 비로 이곳저곳 오솔길이 패여 바닥에 바위가 드러나 보였다. 집 잃은 개미들이 허둥대며 돌아다닌다. 비 오는 동안 숲에선 꽤나 많은 일이 있었나보다. 걷다가 팔에 느껴지는 거미줄의 느낌이 싫지 않다. 

비가 온 뒤에는 유난히 덩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때다 하고 옆에 있는 나무에 줄기를 친친 감아 가장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다. 댕댕이덩굴도 참 흔한 덩굴나무이다. ‘항우도 댕댕이덩굴에 걸려 넘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항우와 같은 장사라도 보잘 것 없는 덩굴에 걸려 낙상할 때가 있다는 말로 아무리 작은 일도 무시하면 실패하기 쉽다는 뜻이다. 이 속담에서 댕댕이덩굴은 너무 하찮은 존재로 나온다. 하지만 이름도 귀여운 댕댕이라니. 몇 가지 이름의 유래가 있다. 그 중에 ‘댕댕하다’는 ‘굳고 단단하다’란 의미의 순우리말에서 그 의미를 찾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댕댕이덩굴 열매

덩굴나무에는 칡, 다래, 으름과 같이 보기에도 완전히 나무처럼 굵어지고 그 몸체가 엄청나게 크게 자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인동, 청미래덩굴, 댕댕이덩굴처럼 덩굴로 자라는 것이 더 큰 특징으로, 나무처럼 보이지 않고 그저 사람 키 높이의 작은 나무를 올라타거나 땅을 기어서 자라는 것이 있다. 이렇게 길고 유연한 나무덩굴들은 쓰임이 많았다. 특히, 댕댕이덩굴은 ‘댕댕이(정동)공예’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댕댕이덩굴은 튼튼하고 탄력이 좋고 흔히 구할 수 있는 식물이라 생활용품으로 삼태기, 바구니, 채반, 모자 등을 만들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종이끈을 이용해 작은 연필꽂이를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필자의 할아버지도 멍석을 짜셨던 때라 학교에서도 그런 활동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예전에는 식물을 이용해서 누구나 이것저것 만들어 사용했을 것이 분명한데, 지금은 찾아보기도 힘든 일이 됐다. 실제로 댕댕이덩굴로 물건을 만드는 장인이 무형문화재로서, 충남에서는 ‘홍성댕댕이장’으로, 제주도에선 ‘정동벌립장’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 한창 댕댕이덩굴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다. 작은 흰색 꽃들이 다발로 피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오히려 여름이 지나고 열매가 진한 남색으로 큼직하게 달리는 가을이 되면, 그때서야 눈 가는 곳마다 보게 되는 그런 식물이다. 지금은 청포도같이 초록색 열매가 달리기 시작했다. 꽃이 화려하지 않으면 열매가 더 눈에 띄는가 보다. 

우리나라 이름도 없는 아이비보다 댕댕이덩굴이나 인동을 한번 키워보면 어떨까. 숲에서 식물을 볼 때가 가장 좋긴 하지만, 내 곁에 두고 보면 더 자주 보게 되고 더 잘 알게 되니까 또 다른 의미가 생긴다. 댕댕이덩굴은 열매가 잘 익었을 때 흙에 심어주면 되고 인동은 긴 덩굴의 한 가닥 끊어다가 묻어 두면 쉽게 뿌리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동안 오랫동안 미루던 분갈이를 했다. 물만 주고 키우는 것이 항상 미안했었는데, 식물을 큰 화분으로 옮기고 새로운 흙을 담아주니 하루하루가 다르게 크는 느낌이다. 모양이 좋지 않던 장미허브는 잎을 한 장 씩만 남기고, 꺾꽂이를 했다. 화분이 또 늘었다. 필자도 여기에 덩굴식물 화분을 하나 추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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