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느 학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급식을 공급하는 업체는 대기업이었고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항의와 시위가 벌어졌다. 대기업은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다.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컸던 이 사건은 법원 재판에서 대기업 손을 들어주면서 더 큰 문제로 이어지기도 했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수년이 지난 후 우연히 관계자로부터 진실을 듣게 됐다. 

대규모 역학조사 결과 급식을 공급했던 대기업은 ‘진짜’ 무죄였다. 역학조사를 실시해도 원인을 밝힐 수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사건은 원인을 밝혀낸  경우였다. 급식에 제공됐던 음식과 조리과정에서는 모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식당에 들어오기 전 손을 씻고 나오던 학생들이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게 되는데, 바로 그 문고리에서 원인균이 발견됐다. 세균에 오염된 손으로 음식을 먹던 학생들이 식중독에 감염된 것이다. 진실은 생각한 것과 항상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최근 햄버거병으로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라는 생소한 질환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햄버거를 조리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패티가 덜 익혀지면서 세균이 증식돼 감염된 소아가 출혈성 장염과 신장기능 손상이 발생했다는 사건이다. 물론 용혈성 요독 증후군의 원인 중 하나가 햄버거 패티일 수도 있다. 용혈성 요독 증후군은 다양한 감염증이 원인이며 주로 대장균이 햄버거병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1955년 적혈구가 깨지면서 신장 기능의 손상이 발생되는 사례가 최초로 밝혀지면서 이후 소아의 급성신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졌고 서구에서도 패스트푸드를 먹고 감염된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세균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하면 대장을 통해서 세균의 독소가 혈관 속으로 침투하고 혈관벽을 손상시키면서 출혈이 발생한다. 손상된 혈관벽은 혈소판 등으로 메꿔지면서 복구되는데 혈관내부가 울퉁불퉁하게 변화하게 되고 일부는 좁아지거나 막히기도 한다. 바로 좁아진 혈관을 도너츠 모양의 적혈구가 통과하면서 일부는 깨지거나 터지고 부서지게 되는 것을 ‘용혈’이라고 부른다. 특히 머리카락보다 더 작은 미세혈관이 모여 있는 신장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는데 미세한 혈관 손상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혈관이 막혀버리기도 하고 신장이 노폐물을 걸러내는 기능을 잃어버릴 수 있다. 성인의 경우 신장 기능에 여유가 있지만 체형이 아주 작은 소아의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햄버거와 같은 고기가 문제가 된 이유가 붉은 고기에는 사람에게 없는 특수한 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이 대장균의 독소와 결합돼 장내로 흡수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햄버거 뿐 아니라 다른 붉은 고기도 세균에 오염될 경우 동일한 증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 다만 대부분 음식점에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조리하기 때문에 실제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고 햄버거 역시 충분하게 가열해서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번 사건에서 햄버거가 직접적인 원인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정확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면 확인할 수 있겠지만, 진실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덜 익힌 햄버거 패티가 발견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해당 업체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리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음식을 먹은 후 위장관 감염 질환으로 의료기관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음식과 직접적인 관계를 찾기 힘들고 심증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 보상 목적이 아니더라도 조리 위생에 한 번 더 신경 쓸 수 있게 해당 음식점에 알려주는 것이 좋다. 장마철은 고온 다습한 환경이다. 음식점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음식에 세균이 쉽게 증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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