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에는 사랑방이 있다. 아직 한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서너 살 어린 아이부터 학원 숙제도 하고 좋아하는 만화책도 보는 초등학생들, 학교 과제 자료를 찾으러 오는 중학생들, 그리고 차 한 잔 마시며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동네 엄마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며 들르는 작은 도서관, 바로 자이행복한도서관이다.

우리 아이들도 이 사랑방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손님들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큰 아이는 친구들과 놀 때도 종종 도서관으로 간다. ‘숙제해라’, ‘공부해라’ 하는 엄마의 잔소리 피난처로도 작은 도서관은 안성맞춤이다. 유치원을 마치고 오는 둘째 아이의 발걸음은 곧장 도서관으로 향한다. 요즘은 도서관에서 색칠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지금은 작은 도서관이 이토록 내 삶에 가까이 다가와 있지만 작은 도서관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큰 아이가 6살이었던 6년 전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이다. 처음에는 아파트 편의시설 정도로만 생각하고, 가끔 아이와 들러 책을 한두 권 빌리는 것이 전부였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친구들과 어울려 도서관을 들락거리기 시작할 때, 아이를 따라다니면서 작은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다.

그저 책을 읽고, 빌리는 곳이라고만 여겼던 도서관에서 여러 가지 문화활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방학이면 늘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마련해줬다. 자연체험, 미술, 공작 교실, 국악 등 관심사에 맞게 골라서 참여할 수 있게 종류도 얼마나 다양한지 모른다. 아이들 학기 중에는 성인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문 강사의 강의도 있고, 엄마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는 활동들도 있다.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자원활동가들의 재능기부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들이다.

한 해 한 해 아이와 함께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다보니 자연스레 자원활동가들과 가까워지게 됐고, 그러다보니 나도 봉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지금은 나도 자원활동가라는 이름으로 작은도서관에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마을에 작은 도서관이 있었기에 이웃을 만나고 사귈 수 있었고, 우리 아이들도 여러 아이들과 어울리며 책과 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 이제는 이용자만이 아니라 자원활동가로서 만나는 작은 도서관. 내 힘은 비록 작지만 마을에 작은 도서관이 늘 그 자리에 있어줘 보람은 참으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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