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우리나라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중요한 나라다. 비록 중국이 우리의 제1 수출국이자 수입국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중국이 우리와 가까운 나라라고 하기에는 아직도 멀고 먼 일인 듯하다. 아마 그런 이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첫 방문지로 택한 것 같고 또한 합당한 처사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는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다고 본다. 한미 두 정상의 공동성명 발표문 내용을 분석해 보도록 하자.

가장 강조된 내용이라면 아마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혈맹 관계를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물론 의례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 정부에 대한 국내·외 일부 시각이 다른 때와는 사뭇 다를 수도 있었기 때문에 한·미 혈맹관계의 재확인은 더 큰 의미를 갖는 일이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도 충분히 이런 우려를 인식하고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를 방미 전 미리 언급하고 미 해병대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첫 방문지로 결정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주장과 다른 이런 행동은 일국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책임있는 자세였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큰 문제는 역시 대북관계다. 대북정책에 있어서 한·미 양국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비핵화를 위해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고 ICBM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주장하며 사진까지 공개했다. 지금까지의 국제상식과는 매우 다른 행동이다. 그런데 이런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느냐”는 너무 엉뚱하면서도 조소에 가까운 대응을 했다. 일반 사람들로서는 양쪽의 행동에 대해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ICBM 즉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핵탄두까지 실린 다면 그것은 미국에 큰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조소적인 대응에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몇 년 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북한의 핵은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충분한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발표를 한 적이 있다. 그것은 공상과학에서나 나올 법한 강력한 레이저 무기를 미국은 이미 개발 완료해 미국 땅에 미사일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그것을 정확하게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에서 미사일이 폭발하더라도 미국은 북한을 수백 번 초토화 시키고도 남을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북한의 ICBM은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중국은 자국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지금까지의 미지근한 태도를 버리고 북한이 더 큰 암덩어리가 되기 전에, 지금도 늦었지만 어떤 태도의 변화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은 사드 문제다. 많은 이들은 이 문제가 가장 큰 논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논의가 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미 문 대통령, 강 외무장관 등이 ‘기존 협약을 존중하겠다. 환경평가 등을 정밀하게 그러나 조속하게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논의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둬야 할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중국의 상식 밖의 지나친 반대 태도다. 사드가 중국을 환히 들여다보기 때문이라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전파는 직진한다. 그래서 300~400km가 넘으면 지상파로는 관찰이 불가능하다. 이미 미국은 인공위성 등을 통해 중국을 샅샅이 보고 있다. 중국이 이것을 모르겠는가?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중국이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일본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은 지금 각자 패권주의로 상대방에 대한 경계가 극심하고 때로는 서로가 서로를 공격할 수도 있다. 그런데 중간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요격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반대하는 것이다. 10억 달러도 우리가 낼 필요가 전혀 없다. 낸다면 일본이 내야하고 우리는 그 이상의 값을 청구해야 할 일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의제는 FTA 재협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재협상이 큰 문제일 것처럼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걱정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FTA를 통해 무역적자가 확대된 것은 협정 내용이 불공정해서도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처럼 무역 역조가 크지도 않다. 한미 무역 적자폭이 2011년 116억불, 2016년 232억불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의 대미 직접 투자도 빠른 속도로 증가해 2013년 73.2억불, 2016년 129억불로 대미 무역흑자의 절반 이상이 미국으로 다시 환수되고 있다. 미국의 대외 무역 적자의 47.2%는 중국이고 우리나라는 3.8%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절반 이상이 다시 미국으로 투자되기 때문에 1% 정도 되는 무역적자를 가지고 무역역조 운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다.

더욱이 한·미 FTA 이후 세계 무역은 2011~2016년 사이 13%나 감소했으나 한·미 무역은 12.1%나 증가했다. 얼마나 놀라운 FTA 효과인가? 그래서 미국 대외무역을 관장하는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에서도 “한·미 FTA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완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트럼프 대통령의 FTA 언급이나 자동차와 철강에 대한 언급은 자기 선거 기반인 러스트 벨트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기용 성격이 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만 우리 정부가 UR 협정 시 쌀에 대한 의무 수입량을 책정하는 것과 같은 그런 바보같은 협약을 맺지 않는 한 한·미 FTA 재협상은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만큼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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