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첫째 아이가 고교생이 되면서 걱정이 생겼다. 고교 입학을 앞두고 한꺼번에 들어갈 교육비가 100만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입학금, 수업료, 급식비, 교과서비 거기에 더해 교복비까지. 어찌어찌 마련했지만 고교 입학에만 100만원 가까운 지출은 형편이 뻔한 집안사정을 놓고 보면 부담이 여간하지 않았다. 둘째 아이가 초등학생인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고 터울을 두고 아이를 낳은 부부의 예지력(?)을 위안 삼았다. 여하간 헌법에 보장된 의무교육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음을 여실히 느꼈다.

6월12일, 용인의 시민단체들이 뜻을 모아 ‘무상교복조례제정을위한용인운동본부’를 출범했다. 급식에 이어 교복도 무상으로 해보자. 이웃 성남도 하는데 용인이라고 못할 이유가 있겠나. 2주 만에 천명이 넘는 용인시민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아이들을 키우며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용인시민의 하소연이 모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용인시가 2018년부터 중·고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무상교복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가뭄의 단비만큼이나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학기 초마다 교복 구입으로 인한 가계의 걱정거리가 사라지고 마음껏 배울 수 있게 됐으니 학부모와 학생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헌법31조 3항,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조항은 헌법에 규정돼 있음에도 그만큼의 지위와 무게를 갖지 못했다. 하위법으로 제한하고 정치논리에 따라 아무렇게나 재단됐다. 그로 인해 교육 불평등, 교육비 부담 등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의 몫이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용인시의 이번 조치는 의무교육 본연의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강조하고 약속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또한 특별한 것은 선별적 복지를 당론으로 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 시장이 당론과 달리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며 무상교복 실시를 약속한 점이다. 이번 결정은 교육공공성 강화와 선별적 복지가 양립할 수 없음을 시장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무상교복 시행을 계기로 향후 보편적 교육복지가 더욱 확대되는 출발점이기를 적극 기대해본다.

이제 무상교복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용인시의회의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미 시행 중인 성남시의 사례가 있기에 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며 예산도 60억원 가량으로 다른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큰 예산도 아니다. 2015년만 예를 들어도 용인시 예산 중 2천억원이 넘는 예산이 불용처리된 점을 놓고 보면 예산조정만 제대로 해도 무상교복 시행을 위한 예산은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다. 또한 투입되는 예산대비 용인시민의 만족도는 매우 높을 것이다. 이런 사업이 논란이 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안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이웃 동네인 성남시의 사례 때문이다. 성남시장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고교까지 확대하는 무상교복 시행안이 3차례나 무산된 것을 보면 당색이나 여러 가지 정치적 계산으로 인해 시민의 요구나 시대의 흐름에 반하는 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또한 여론이 잠잠해지면 타협안이 제시돼 본래 취지와 다르게 심각하게 축소되는 불행한 경우를 자주 접한다. 무상교복이 실시되는 그날까지 관심을 거두지 말아야 할 이유다. 성남시 사례가 용인에서 재발되지 않도록 무상교복 시행을 위한 용인시민들의 여론이 더욱 고조되기를 기대한다. 운동본부에서 진행하는 서명운동에도 용인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길 바란다.

내년이면 우리 집 둘째 아이가 중학생이 된다. 바람대로 된다면 무상교복의 혜택을 받게 된다. 내년부터는 고교 의무교육도 실시한다니 첫째 아이의 수업료와 교과서비도 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학기 초에는 올해 초에 밀려왔던 걱정들이 싹 사라지리라 믿어도 좋을까.

학부모들의 한결같은 바람이 꼭 현실이 되기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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