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용자라면 너무 익숙한 ‘실시간 검색어’라는 것이 있다. 짧게는 1시간 길게는 며칠 내에 일어난 관심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사회 흐름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세간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뿐 아니라 홍보가 필요한 기업도 촉각을 세우는 이유기도 하다. 반면 숨기고 싶은 스캔들이 검색어에 오를 경우 당사자가 입을 타격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검색어 조작’이란 편법이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용인’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전국적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국내 대표 검색사이트인 다음에 ‘용인시장’이 실시간 검색어 6위에 올랐다. 이 시간을 즈음해 국가유공자들이 정찬민 시장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는 내용, 용인시 공무원 만취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됐다는 기사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한 시사주간지가 보도한 ‘용인시 토지보상 거부에 행정보복’ 내용의 기사도 이맘에 나와 실시간 주요뉴스에 등록돼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용인시 입장에서 득 될 것 없는 기사가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으니 반길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시는 2일여만인 일요일 오전 6시경 해명자료를 냈다.

‘용인시장’이 검색어 상위에 오른 일이 한 번 더 있다. 한달여 전인 지난달 4일. 일요일로 기억된다. 오전 10시경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어느 순간 목록에서 사라졌다. 왜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을까.

당시 인터넷에 용인시장과 관련한 뉴스가 하나 있었다. ‘아-태 스티비상 그랑프리 수상’ 시상식이다. 정 시장이 지난달 2일 일본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해 그랑프리를 수상했다는 내용이다. 이미 5월 23일 용인시가 보도자료를 통해 수상 소식을 전한데다 시상식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 기사의 경중이 상당부분 상쇄 된 것이다.

특정 단어가 세간에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과다한 언론 노출과 연관검색어 동시 상승 등이다. 4일 용인시장과 관련된 기사건수는 네이버와 다음이 각각 39건 정도였다. 용인시 공보관이 실시간 검색의 주요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는 ‘그랑프리 수상소식’은 다음 5건, 네이버 2건(4일을 포함한 전체 보도 수 40여건)이 전부다. 확장성이 상대적으로 큰 방송이나 언론사 대부분은 다루지 않았다. 실례로 같은 날 실시간 검색어 10위에 오른 아이돌 기사는 당일만 730건이 생성됐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시상식이 검색어 순위에 들지 않은 것도 이상하다. 인기 검색어의 특성상 현상이 발생하면 원인에 관심을 모인다. 최근 청주 한 교회에서 발생한 20대 여성의 변사체 발견 기사의 경우 이 사체가 발견된 교회명이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시상식 소식으로 검색어에 링크되기 위해서는 무언가 다른 조건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기사가 하나 더 있다. 앞서 2일(현재는 3일자 수정된 기사로 교체). 한 공중파 방송은 ‘용인시장’이 언남동 주상복합개발사업 심의과정에서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기사는 금요일 밤 9시가 넘어 인터넷에 실렸다. 언론 주목도가 낮은 ‘금요일’ 밤 9시를 넘겨 전해진 이 기사는 얼마나 많은 관심을 받았을까. 3일 수정된 이 기사는 현재까지 400여명이 본 것으로 짐작되며, 수정된 기사를 본 수는 알 도리가 없지만 같은 기사가 스마트폰에서 1480여명 읽은 것은 확인됐다. 방송 시청 후 검색한 경우를 감안해도 실시간 검색에 오르기엔 쉽지 않다.

용인시는 토요일 오후 5시 경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해명자료와 함께 법적 조치를 운운했다. 이후 4일 인터넷에는 해명자료를 근거로 한 30건의 기사가 올라왔다. 결과적으로 4일 ‘용인시장’으로 검색할 경우 가장 큰 뉴스는 ‘아-태 스티비상 그랑프리’가 됐다. 결국 정 시장의 의혹을 제기한 기사는 용인시가 20여시간만에 내 논 해명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에 뒷자리로 밀려나게 됐다. 4일 갑작스럽게 실시간 검색어로 등록된 ‘용인시장’ 여러모로 이상한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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