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팔품 팔며 ‘착한 가격 가게’ 찾아 다녀

#1. 직장인 A(40)씨는 주머니에 든 돈 만원으로 이발(6000원)과 점심식사(3800원)를 마쳤다.
남은 돈에 조금 더 보태 커피 한잔(1500원)까지 후식으로 처리했다. 이런 식으로 A씨가 월 평균 식비 등으로 지출하는 금액은 10만원이 안 된다. 

#.2 직장인 B(36)씨는 월말마다 남성 전용 미용실(7000원)을 이용한다. 매일 7000원을 주고 점심식사를 외부에서 해야 하는 B씨는 편의점에서 구입하는 추가 먹거리 비용도 주 5000원에 가깝다. B씨가 식비 등으로 월 15만원을 더 지출한다. 

최근 생활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자 저가공세로 가게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다. 낮은 가격에 많이 팔아 수익은 남긴다는 의미의 ‘박리다매’ 전략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고육지책’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서민에게 호응이 이어질지 관심이다. 

기흥구에서 10년 간 이발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는 현재 애초 이 업을 시작할 당시의 가격에 1000원이 오른 6000원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1000원 인상을 고민했지만 결국 현 상태 유지 결정을 내렸다.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란다. 

김씨는 “보시면 알겠지만 가게가 세련되지 못했다. 찾아오시는 분들도 대부분 중장년분들이다. 가격 인상도 생각했는데 조금 덜 남기더라도 이분들이 계속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듯해서 6000원을 유지하고 있다”며 가격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씨는 운영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게 인테리어도 근사함보다는 효율성을 선택했다. 다른 미용실에서 기본인 ‘샴푸’(머리를 감겨주는 행위)를 해주지 않는다. 

기흥구 대규모 식당. 점심식사 시간이면 100여석이 되는 내부는 가득 찬다. 메뉴는 2~3가지뿐이지만 단골손님이 꾸준히 늘고 있다. 개업한지 1년 가량 된 이 식당에서 판매되는 밥 값은 일반 단가와 비교해 많게는 절반가량 저렴한 3000~4000원선이다. 주 메뉴와 함께 나오는 밑반찬은 3가지가 전부이며, 밥 등은 무한정으로 추가할 수 있어 3~4명의 무리나 개인 손님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식당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일반 식당에서는 과할 정도로 밑반찬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가격”이라며 “꼭 필요하지 않는 운영비를 빼면 그만큼 판매가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인구 김량장동에서 커피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도 거품을 뺀 가격을 최대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커피점 업주 B(36)씨는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곳과 비교해 절반 이상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것은 불필요한 운영비를 줄였기 때문”이라며 “가게가 번성할 정도로 잘되는 것은 아니지만 손님이 크게 줄지 않는 것도 가격에 경쟁력이 있기 때문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호평이다. 기흥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A(40)씨는 “직장인에게 매일 7000~8000원 수준의 식비는 부담”이라며 “발품을 팔아 착한가격에 판매되는 가게를 찾으면 단골로 정해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일선 가게에서 단가를 낮추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원재료비 상승과 임대비 부담뿐 아니라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에서다. 

기흥구에서 개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윤모씨는 “업주 입장에서 각종 비용을 생각하면 가격 인하는 쉽지 않다. 용인에서도 원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안 등의 지원이 있다면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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