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 인사청문회가 매우 큰 이슈로 등장했다. 나라의 중요한 공복을 뽑는 것이니 그 사람의 과거 행적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인사청문회의 경우에는 20개 항목 정도를 조사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230여개 항목을 조사한다. 또 그런 항목에 따라 공직자의 과거 행적만을 조사하는 정부윤리청(OGE)까지 두고 있으니 우리의 그것과는 또 다른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인사청문회를 보면 약간의 문제가 있는 듯하다. 예를 하나 들어 보겠다. 얼마 전 어느 조그만 학회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들은 대로 얘기해 보겠다. 세종대왕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사적 인물 중에서는 아마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만이 아직까지도 큰 흠결 없이 존경받는 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그 회의에 참석한 어느 분이 ‘세종대왕도 부인을 6명이나 둔 도덕적으로 그리 존경할만한 분은 아니었다’라고 말한 모양이다. 참으로 기가 막힌 주장이다. 도덕적 기준은 시대마다 다르고, 조선 초기의 일반적 도덕 기준과 특히, 당시 임금에 대한 도덕 기준은 지금과는 너무 다른 법이다. 그러나 조선 초기의 세종대왕을 현대의 잣대로 평가해 6명의 부인을 둔 비도덕적인 분이라고 평가한다면 그것은 정말로 가당치 않은 평가일 것이다.

또 다른 예를 하나 더 보도록 하자. 미국 남북전쟁 당시 북부 총사령관이었던 그랜트 장군 일화는 참으로 들을 만하다. 북군 총사령관이었던 그랜트는 매우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명령을 어기는 부하가 있으면 그 병사를 하루 종일 묶어두었고, 만약 병사가 욕을 하면 입에 재갈을 물렸으며, 점호할 때 늦게 나오면 24 시간밥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때로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부하들에게 폭력을 쓰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평판이 좋지 않았고 그의 정적으로부터 “건방지고 주정뱅이이며 게으르고 무능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궁극에는 장군에서 해임하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항의에 대해 링컨 대통령의 답은 간단했다. “나는 흠 없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승리로 이끌 장군을 찾고 있습니다” 였다. 그랜트는 링컨 대통령의 이러한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자기와는 비교조차 안 되는 높은 성적인 차석으로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남부 총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을 패배시키고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또한 그는 전쟁 후에 미국 대통령을 두 번이나 역임했으며, 현재 미국 50달러 지폐에 그려진 인물이 바로 술주정뱅이 대통령 그랜트다. 내가 필요 없는 듯한 이런 일화를 길게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요즈음 인사청문회를 보면 그 직책에 맞는 능력 있는 사람인가를 평가하는 청문회인지, 아니면 흠결 없는 진공 속에서 살았던 사람을 찾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 개발경제시대에는 누구나 어느 정도 투기적 생활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투기가 정당화 되고 투기를 하는 것이 옳으며, 자식 교육을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것을 잘 했다고 두둔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행적을 현재의 평가 잣대로 지나치게 강조해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지나치지만 않았다면 그 사람이 그 역할을 수행할만한 적절한 능력을 갖추었는가에 더 큰 평가의 기준을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해서 하는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상당한 변화의 시기에 처해 있다. 우리는 지난 시절 오랫동안 쌓여있던 여러 가지 부정적인 요소를 정리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지금 이 시점에서 현명한 인사 정책이라면 바로 이런 각도에서 새로운 인물을 평가하고 선임하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올바른 역할일 것이다. 지금의 야당은 언젠가는 여당이 되고, 지금의 여당은 언젠가는 야당이 될 수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정당한 거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가 처한 역사적 시점에서 꼭 필요한 인사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그것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지혜를 여야 모두에게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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