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물이나 학습지를 항상 꼴찌로 제출하는 아이가 둘 있었습니다. 한 아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이고 다른 아이는 아스페르거(Aspergers) 증후가 있는 아이였습니다. 기다려주고 화내지 않는 것으로 나름 그 두 아이를 배려하긴 했지만 공부시간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옆 친구에게 장난을 걸고 수업 방해를 하던 그 아이를 앞으로 나오게 해서 말했습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네 미덕이 자고 있어서 그래! 넌 미덕을 깨울 힘이 있어! 어떤 미덕을 지금 깨우면 좋을까?”

야단을 맞을 것으로 생각해 두려움에 떨며 앞으로 나온 아이는 제 따스한 말소리에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한참동안 미덕 52가지가 붙은 표를 들여다보던 아이가 ‘끈기’ 미덕을 손으로 짚었습니다.

“그래, 끈기 미덕을 네가 깨웠구나. 이 시간부터 끈기 미덕이 너를 도와 줄 거야! 우리 OO 파이팅!”

그날 처음으로 그 아이는 학습지를 중간 순위로 마무리해서 냈습니다. 어떤 말이나 격려에도 움직이지 않던 아이가 변했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는 중간 순위로 과제, 학습지를 마무리해서 앞으로 들고 왔습니다. 한 번도 내지 않던 일기와 독서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너무나 놀랐습니다. 얼마 후 그 아이의 부모님이 저를 찾아와 말씀하셨습니다.

“OO가 요즘 들어 집에서 독서를 하고, 일기를 써서 깜짝 놀랐어요. 선생님, 어떻게 하신 거예요?”

교사, 부모가 아이들의 마음을 바라보는 관점은 아이의 행동을 결정합니다. 내 아이를 부족한 존재로 보는지, 미덕을 가진 존재로 보는지요? 저도 예전에는 아이들의 하얀 백지 같은 마음속에 점 하나에 집중했습니다. 그 점은 잘못했을 때, 실수했을 때입니다. 점이 생기면 빨리 없애주고 그 때 잘 잡아주는 것이 훌륭한 교사, 좋은 부모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수할 때 열심히 훈계하고, 지도했습니다. 심지어 아이들을 앞으로 나오게 해서 공개적으로 야단을 치며 가르쳤습니다. 아이들의 변화는 더뎠고, 더 화내면서 제가 더 지쳐갔습니다. 최근 미덕교실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변화 모습에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제 자신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는 일이 자꾸 일어나면서 저의 아동관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 광산에는 앞으로 다이아몬드가 될 미덕 원석들이 가득하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부족한 존재에서 버츄추(Virtue), 즉 미덕을 품은 가능성의 존재로 믿게 된 것입니다.

‘버츄’란 힘, 능력, 위력, 에너지를 상징하는 라틴어 Virtus(비르투스)에서 유래합니다. 버츄란 마음 광산에 자고 있는 아름다운 원석들입니다. 원석이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이 미덕입니다. 미덕은 아이들에게 잠재된 위대한 힘, 큰 나, 잠자고 있는 거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감사 용서 친절 진실성 인내 배려 등의 버츄 미덕을 연마함으로써 자신의 인성을 빛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 원석을 자꾸 깨우고 깨우면 결국 반짝이는 미덕 다이아몬드가 됩니다. “넌 52개의 미덕을 다 다이아몬드로 만들 수 있는 아이야”라고 말해줄 때 아이는 가장 빨리 변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의 미덕 교실의 기적을 보면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이 내면에 잠자고 있는 미덕을 깨울 수 있는 위대한 존재가 교사, 부모입니다. 이제 실수했을 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에게 야단이나 화 대신 “네 미덕이 자고 있어서 그래, 넌 미덕을 깨울 힘이 있어. 지금 어떤 미덕을 깨우면 좋을까?” 라고 말해주세요. 야단맞아야 하는데, 따뜻한 가능성의 격려를 받으니 아이는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곧 미안함, 양심이 일어납니다. 교사, 부모가 믿어주는 대로 스스로 미덕을 깨우려는 내적 동기가 생깁니다. 가장 빨리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고 바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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