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흥고 학부모회 ‘아침밥 꼭 먹고 다닙시다’ 진행…주먹밥에 ‘엄지척’

 

기흥고 학부모회 회원들이 2일 학생들에게 아침밥으로 전할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

해가 길어졌다지만 아침 6시에 일어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도 10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온몸은 이미 지쳐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부모는 강하다고 했나. 기흥고등학교 학부모회(회장 김은영) 회원 80명은 2일 아침을 그렇게 맞았다.

한명 두명 학교로 모인 회원들은 또각또각 급식실로 향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준비 해온 재료를 꺼내 들고 주먹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침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다. 전교생 1030명에게 나눠주기 위해서는 1시간 내에 1인당 많게는 10개 이상을 만들어야 했다.

7시를 넘기고 등교시간이 되자 학생들의 모습이 모이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혹시나 모자라지는 않을까. 맛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매일 보는 자녀들의 친구들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마치 ‘까다로운 식당 손님’이었을 것이다.

기흥고 학부모회와 학생회, 교육협동조합 기흥 쿱이 주관한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하는 교육 프로그램 ‘아침밥을 꼭 먹고 다닙시다~!!’는 1시간 여만에 마무리 됐다. 학부모 회원들이 직접 나눠준 주먹밥 세트를 손에 쥔 남학생은 부끄러운 듯 투덜투덜 거리지만 한입 물고는 금세 ‘엄치척’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대신했다. 상큼한 오렌지색 조끼를 입은 여학생들은 등교하는 친구들에게 ‘아침밥은 보약’이라며 어머니가 만든 한 끼를 권하기도 했다.

도 교육청이 진행하는 공모사업에 선정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학부모회 회원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다.

기흥고 학생들이 주먹밥을 들고 교실에서 친구들과나눠먹고 있다.(사진 위)
기흥고 학생들이 아침밥은 모약이라며 친구들에게 아침밥을 먹을 것을 권하고 있다.

자녀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찾기 위해 며칠간 시장조사를 했다는 김은영 회장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 수 있나요. 아이들이 건강하게 학교 생활하는데 아침밥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어요”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아이들과 소통을 했다고 할까요. 왜 우리가 아침밥을 준비했는지 아이들이 이해해주는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아요”라고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아침 7시부터 학교에 출근한 박준석 교장 얼굴에도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혹시나 학생들이 소극적으로 대하면 어쩔까 하는 고민이 사라졌다.

“아이들이 싫어하면 어쩌나 생각을 했는데, 역시 엄마의 손맛은 아이들이 제일 잘 아는 것 같아요. 이른 시간에 자녀들에게 한 끼 밥을 챙겨주기 위해 너무 수고해주신 부모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죠”

기흥고 학부모회는 이번 행사뿐 아니라 아이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위한 사업을 여럿 준비 중이다. 수능을 앞두고 학생들과 수험생을 위한 ‘행운의 팔찌’도 만들 것이며, 일상에서는 복지관을 찾아 조용한 봉사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 동참한 교육협동조합 ‘기흥 쿱’ 황성민 이사장은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님, 그리고 선생님들 모두가 함께 한다는 마음이 강해요. 그런 마음이 일상에서 더 강해질 수 있도록 소통하고 이해하는, 그리고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해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