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열매가 까맣게 익으며 떨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까만 열매를 물감삼아 놀이한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벚나무 열매인 버찌는 먹기에도 좋다는데 요즘은 설탕만큼 달콤한 과일들이 너무 많아 버찌가 그렇게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주변에 검은색 열매하면 생각나는 아주 흔한 식물은 쥐똥나무다. 열매가 쥐똥을 닮아서 쥐똥나무인데, 쥐가 우리 생활주변에 많이 있었다는 것이 간접적으로 느껴진다. 요즘은 주변에서 쥐를 볼 일이 없다. 그래서 쥐를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들은 이 나무와 쥐똥의 연관성조차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가 기억하는 시골 광에 사는 쥐똥은 싱싱한 가을의 쥐똥나무 열매와 좀 다르다. 가을 열매는 그 모양이 염소똥에 가깝다. 그 해 겨울이 지나 열매가 쪼그라들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가늘고 작고 새까만 쥐똥과 똑같아진다.

이 나무는 열매만 쥐똥을 닮았지 그 어떤 곳에서도 쥐똥을 상상할 수 없다. 꽃차례는 포도송이처럼 풍성하고 하나하나의 낱꽃은 희고 단아하다. 또 그 향기는 매우 진하고 깊다. 향기에 끌려 날아드는 곤충들이 참 많다. 요즘 쥐똥나무 울타리 옆에 서 보면 윙~윙~윙~ 하는 벌떼들의 날개소리가 요란하다. 작고 하얀 꽃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꿀을 모으는 벌들의 모습이 바쁘다. 그중에 꽃무지도 있고 나비도 있고 하늘소 종류도 있다. 곤충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드니 꽃은 금새 열매가 된다. 오래 달리지 못하고 피자마자 떨어지는 꽃잎이 아깝다. 하지만 꽃잎의 역할을 충실히 다했으니 아쉽지만 고맙다.

쥐똥나무는 생울타리로 쓰이는 대표적인 키 작은 나무이다. 잔가지가 빽빽하고 공해에도 강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잘 자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쥐똥나무를 숲에서 만나면 어색하기 짝이 없다. 숲에서 보는 쥐똥나무는 너무 엉성하고 멋대가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봐줄만한 것이 통통한 열매이니 이름 하나는 잘 지었다. 우리는 잘 다듬어지고 풍성한 쥐똥나무가 너무도 익숙하다. 이젠 자연스런 쥐똥나무 본연의 모양도, 싹뚝싹뚝 손질한 또 다른 모양도 모두 쥐똥나무로 봐줘야겠다.

얼마 전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외출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날들이 연속으로 있었다. 잘 때에 목이 칼칼함을 느낄 정도였으니 그 심각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실제로 공기청정기가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고 주변에서도 공기청정기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한편으론 나무를 많이 심으면 먼지를 제거하는 효과도 있고 신선한 공기가 자연공기정화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특히 미세먼지를 제거하는데 건물이 많은 복잡한 도심에서는 작은 키의 생울타리가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주차장이나 차가 많이 다니는 곳에 적절한 생울타리를 만들면 배기가스를 바로 흡수하고, 다른 곳으로 퍼지는 속도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무는 있는 그대로 하는 일이 무척 많다. 꽃을 보여주고 열매를 맺고 아기나무를 기르고, 그래서 숲을 이루고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 좋은 환경 중 우리가 쉽게 잊고 지나치는 것이 깨끗한 공기이다. 어쩌면 이번 미세먼지 사태로 식물의 역할이 절실해진 것은 다행한 일이다. 앞으로 식물을 더 가까이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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