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의 메르스 유행은 많은 희생자를 내면서 우리나라에 큰 충격을 줬다. 메르스를 극복하기 위해서 치료에 헌신하고 유행 확산 저지에 기여했던, 보이지 않은 곳에서 메르스 방역과 환자 치료에 힘썼던 많은 사람들이 메르스 상황이 종료된 뒤 각 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포상을 받았다. 국가적 재난에 많은 공헌을 한 사람들이 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과연 2015년 한국에서 발생한 메르스 유행은 예방 측면에서 성공한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메르스는 초기 대응, 보건당국과 의료기관의 소통 부재, 의료 쇼핑, 병문안 문화 등 총제적인 방역 실패다.

2016년 한국에서 콜레라가 발생했다. 후진적 전염병이라고 언론은 대서특필하고 긴장감이 돌았지만 결론적으로 4명의 감염자만 발생했다. 물론 방역적인 측면보다 개인위생이 좋아진 선진적 문화 덕분이긴 하지만 콜레라 방역에 포상 받은 사람은 없다. 감염성 질환에 대한 초기 대응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확산을 막을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사회적 영향이 없기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한다. 역설적으로 방역에 성공하면 잊혀지고, 실패할 경우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다.

질병이 발생한 뒤에 대응하는 것보다 질병의 원인을 미리 찾아 예방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처럼 사회적 관심이 없더라도 감염성 질환 확산에 대한 조기 대책 준비는 당연하다. 지난 2년간 한국 보건당국은 권역별 감염센터를 설립했다. 각 의료기관도 감염관리에 대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전반적인 안전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보건당국은 해외유입 감염병 차단을 위해 위험지역 여행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할 경우 인터넷 접속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의료기관을 감염병 모니터링 기관으로 강제 지정하고 감염 의심환자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등 각종 감염관리에 대한 규제가 만들어졌다. 외형적으로 보고 체계와 신속한 정보전달 시스템을 갖추고 감염관리가 철저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않다. 2015년 한국 메르스 유행 때 가장 큰 문제점은 정보 소통이었다. 메르스 발생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모든 의료기관이 무방비 상태로 감염 환자 진료에 노출됐다. 대형병원인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대규모로 노출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이다.

메르스가 2년 지난 현시점에서 정보 소통에 대해서 평가를 해보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용인시 역시 보건소에서 감염병 의심환자 신고를 받지만 질병 유행에 대한 의료기관에 정보 전달은 부족하다. 보건당국이 아닌 동료 의사나 언론으로부터 지역사회의 특정 감염병 유행 정보를 얻는 것은 정상적인 소통은 아니다. 정기적으로 감염병 현황 정보를 일선 의료기관에 제공해 진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감염 관리가 강화되면서 의료비도 함께 상승했다. 설치비가 수억원에 이르는 음압병실을 빼더라도 일회용 의료기기 사용이 증가됐다. 일회용 의료기기에는 수백원짜리 주사기도 있지만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씩 하는 전문적인 의료기기도 있다. 한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일회용 의료기기 비용은 국민 입장에서는 의료비 상승으로 느껴지고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다. 한국의 의료비가 낮은 이유는 안전 관리 비용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싼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적절한 비용이 안전한 의료 환경을 만든다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의료비 상승은 필수적이다.

안전한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의료계, 국민 모두 노력해야 한다. 보건당국은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일선 의료기관들이 감염관리에 힘쓸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용인시도 감염 정보를 의료기관과 공유해 지역 감염병 예방에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개인위생에 주의하고 경증 질환시 대형 의료기관 이용을 자제하고 지역 의료기관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감염관리에 대한 관심은 의료인들이 가장 높다. 매일 근무하는 직장이 의료기관인 의료인은 감염병의 일차적 희생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인시 일부 동네 의원들은 자체적으로 감염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자체적으로 감염관리에 힘쓰고 있다. 신종플루, 메르스, 지카바이러스처럼 앞으로 새로운 전염병들은 우리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성공적인 방역은 느끼지도 못하고 지나가는 것이다. 성공적인 방역을 위해서 평소에 충분한 투자와 대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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