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없는 드로잉 작품 60여점 최초 공개... 장욱진 고택에서 11월 26일까지

장욱진 화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드로잉전이 기흥구 마북동에 위치한 그의 마지막 집 장욱진 고택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그의 생일인 11월 26일까지 열린다.

장 화백의 마지막 공간이었던 장욱진 고택은 5년 동안(1986~1990년) 220여점의 작품을 그린 곳이다. 생전에 “삶이란 소모하는 것, 나는 내게 주어진 것을 다 쓰고 가야겠다”는 말을 담긴 장 화백답게 그는 여생을 보낸 고택에서 평생 남긴 작품 중 3분의 1을 완성하고 갔다. 장욱진 고택은 한옥과 양옥이 함께 있다. 특히 양옥은 손녀들이 인형 집처럼 만들어 달라는 말에 1953년 작품 ‘자동차가 있는 풍경’과 꼭 닮은 모습으로 건축했다고 알려져 있다.

탄생 100주년 전에 선보이는 드로잉 작품들은 장 화백의 차녀 장희순씨가 최근 어머니의 한복을 찾으러 갔다가 보자기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서명 없는 드로잉들이다. 유성 매직 잉크나 컬러 잉크, 펜 등으로 그린 그림과 여행 중 그린 스케치 등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총 62점이 최초로 공개된다.

60여점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언제 그려졌는지도 모른 채 보자기 속에 고이 간직된 채 남겨졌다. 종이 질이 좋지 않아 한 번 움직일 때마다 파손이 심각했다고 한다. 장 화백은 평소 서명을 중요시 했는데 이번 작품들은 모두 서명 없어 마치 습작 같은 느낌을 준다.

우연히 발견된 이 작품들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에 빠진 장욱진 재단 측은 전문가와 논의해 모든 작품을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주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몇몇 작품은 스케치북에서 떼어낸 모습 그대로 전시되고 있는데 장 화백에 대한 작은 기억조차도 간직하고 싶은 재단 측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덕분에 장 화백의 마지막 생활공간이자 작업 공간인 고택에서 의미 있는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열릴 수 있었다. 재단 측은 고택을 사랑했던 장 화백이 마치 일부러 이 곳을 위해 남겨놓은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드로잉전의 작품들은 대부분 장욱진 화백 특유의 선을 통한 간결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 주를 이룬다. 작품의 대부분은 나무와 사람, 동물, 해, 달 등을 단순화해 묘사하고 있다. 작가가 서울 명륜동에서 생활했을 시기(1975~1979년) 시골로 자주 여행을 다니며 스케치북에 매직펜, 사인펜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이 시기의 작품과 유사한 면이 많다.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그의 드로잉과 생전 숨결이 느껴지는 모던한 가구들이 특유의 조화를 이뤄 전시의 깊이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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