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시국에 맞은 2017년. 그리고 초유의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통령 선거. 역사의 소용돌이가 훑고 자나가다 보니 어느 덧 5월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 5월은 연휴가 제법 있어 시간의 흐름은 정 속도를 넘어 과속에 가까웠다.

육아를 전담하고 있는 아빠와 황혼기에 재혼한 노부부, 그리고 홀로 생활하고 있는 청소년을 만났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남편들의 하소연은 생각보다 컸다. 황혼기에 접어들어 재혼한 노부부의 일상에서는 고소함인지는 몰라도 환한 내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성글지 못한 감성에 혹여 상처를 줄까 조심히 만난 홀로 사는 청소년들은 괜한 오지랖은 하지 말라는 듯 내뱉은 목소리도 귀에 남아 있다.

분명 세월이 많이 변했다. 일반화된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이상할 만큼 눈치를 받아야 했던 그때를 넘어 이제는 다양화가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에 대한 관념 역시 다양화됐다. 부모를 필두로 서너 명의 자녀가 한 팀을 꾸리고, 조부모를 뿌리로 한 큰 틀의 무리도 가족의 테두리에 포함되는 것이 대체적인 모습이었다. 그렇지 못한 상황이 되면 ‘불쌍한’이란 접두어로 그들을 안타깝게 봤다.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불쌍한 아이’, ‘집안일을 하는 불쌍한 사람’. ‘가족과 사별한 불쌍한 사람’ 그랬던 상황은 사회변화와 맞물려 우리의 인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성실하고 건강하게 홀로 잘 지내는 아이들’. ‘전업주부가 된 살뜰한 남편’. ‘황혼기 부부연을 맺은 노부부’로 불쌍한 이미지는 많이 퇴색됐다.

실제 기자가 만난 사람들도 ‘불쌍함’이나 ‘안타까움’의 대상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황혼의 부부는 ‘부러움’이, 육아전담 아빠의 모습에서는 ‘멋스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들이 매일 맞이하는 현실은 그렇게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해 맑게 웃는 아이를 키우는 남편의 속내는 경제적·육체적 한계에 행복은 반쪽이 됐다. 황혼의 부부가 느끼는 설렘은 불안한 노후에 걱정이 되기도 한다. 부모 손길 없이도 선하고 건강하게 자란 청소년도 한 끼 식사를 먹기 위해서는 ‘급식전자카드’를 들고 편의점을 찾아야 한다.

사회의 역할이 도드라지는 순간이다. 이제는 불쌍함이란 감정에 사회적 역할 즉 복지란 개념을 덧칠해야 하는 것이다.

기자가 만난 그들이 바라는 것은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알 듯 하다. ‘행복한 가정’이다. 행복에 접근하는 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복지의 뒷받침’이다.

9일 치러진 선거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80%대를 넘었단다. 그만큼 국민의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대치가 높아지면 바람이 생기고, 바람은 다시 욕심을 가지게 만든다.

복지 정책의 핵심은 사실상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다수다. 지금까지 자치단체장은 일종의 ‘아웃소싱’ 역할에 머문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여건이 많이 변하고 있다. 서울시나 성남시가 지자체에 맞는 복지사업을 펼쳐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비록 정부와 마찰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는 지방분권을 위해 우리가 가져도 되는 욕심이다.

내년 6월이면 시장·시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열린다. 딱 1년 남았다. 내년에도 부모들의 육아 부담은 여전할 것이며, 황혼에 맺은 신혼부부의 인연도 이어질 것이다. 홀로 생활하는 청소년 역시 뚜벅뚜벅 제 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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