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친구 만나 출산 후에도 교류

15일 수지구보건소에 모인 임산부 합창단. 단원들끼리는 몇 번 만나지 않았는데도 서로 마음이 통하고 의지가 된다고 했다.

“산새들이 말하기를 봄이 왔대요~”

“분만실에서 힘을 줄 때 ‘도둑숨’이 필요해요. 짧게 숨을 쉬면서 길게 끌고 가세요!”

연습에 한창인 합창단 지도교사 멘트가 뭔가 특별하다. 분만실에서 이렇게 숨을 쉬는 거라며 노래와 분만 연습을 함께 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수지구보건소 ‘임산부 합창단’이다.

임산부 합창단은 태교와 순산을 위해 지난해부터 수지구보건소가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엔 참여율이 저조했지만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단원이 모일만큼 인기다. 곡 선정부터 연습 방식까지 임산부에게 특화된 내용이 특징이다.

임산부 합창단은 합창 파트를 정하지 않는다. 언제 어떤 단원이 ‘아기를 낳으러 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문성은 조금 떨어질지라도 합창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를 보완해 준다는 의미에서 임산부 합창단이 추구하는 바가 무언지 알게 해준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시간도 아니다. 오로지 나와 뱃속 아기, 그리고 함께 하는 임산부 친구를 위한 시간이다.

연습을 하는 날은 일부러 다른 약속은 잡지 않는다는 임신 9개월 임미선 씨는 합창단 참여 이후 즐거운 태교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합창 연습 때 노래를 하면 아기가 많이 움직여요. 집에서도 노래를 부르면서 아기와 교감합니다.” 의태어와 의성어가 많이 들어간 예쁜 가사의 곡들을 골라 부르기에 엄마와 태아가 동시에 행복함을 느낀다. 태교에 효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

오현미 씨는 둘째 아기를 임신 중이다. “첫째 때는 요가와 뜨개질, 걷기 운동을 했어요. 근데 이번에 합창단에 들어오면서 다른 태교는 하지 않아요. 가장 좋은 건 여기서 같은 임산부 친구를 많이 만난다는 거예요.”

사실 임산부 합창단의 가장 큰 역할은 같은 임산부 친구를 사귀며 정보를 교환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데 있다. 수지구보건소에서 지난해 합창단을 함께 했던 임산부들은 지금 아이를 낳고서도 서로 연락하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단지 합창단을 위한 모임도, 공연을 위한 모임도 아니었기에 가능했다.

임산부 합창단을 이끄는 지도교사 이은영 씨는 이렇게 서로 친분을 쌓고 정을 나누는 게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임신만으로도 여성에겐 몸에 많은 부담이 가고 힘든 일이에요. 또 아이를 낳고 나면 호르몬 작용으로 산후우울증을 겪기도 하죠. 몸과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친구가 옆에 있으면 서로 힘이 돼 줄 수 있어요.”

교사도 단원들도 음악이 주는 효과가 기대보다 크다고 입을 모았다. 산모들이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며 분만을 위한 유용한 팁을 배우고 엄마와 태아, 단원들끼리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진정한 태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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