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초, 카네이션을 받은 부모나 스승은 빨간 카네이션이 5월의 꽃이라고 생각하려나? 하지만 아쉽게도 카네이션의 우리나라 꽃인 패랭이는 지금이 아닌 한여름에 피는 꽃이다.

전국에 장미축제가 시작하는 요즘은 장미의 계절이다. 올해 5월에 치른 이번 대선도 장미대선이라 불렸다. 지금부터 피기 시작한 장미는 6월을 지나 무더위에도 계속 꽃을 피운다. 그만큼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장미하면 가시인데, 가시가 없는 장미도 있으니 그 종류를 헤아리기 어렵다. 장미의 꽃 색은 뭐니 뭐니 해도 진한 붉은 색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역에 사는 대표적인 야생장미나무인 찔레꽃은 화사한 흰색이다. 품종계량이 된 장미를 키우려면 병충해에 강한 야생인 찔레를 대목으로 사용해야 한다. 크고 화려한 꽃에만 에너지를 쏟는 장미는 병충해에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찔레의 새순을 통째로 꺾어 먹진 않지만, 어쩜 우리보다 더 무섭게 찔레순을 공격하는 동물 중에 아주 작은 진딧물이 있다. 진딧물의 집요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거의 온전한 상태로 계절을 보내는 것을 보면, 찔레가 천적의 공격에서 살아남는 그 노하우가 궁금하다.

요즘 찔레향이 산허리를 감싼다. 아까시나무 꽃이 져갈 무렵, 찔레의 신선한 향기가 무척 마음에 와 닿는다. 찔레는 키가 작은 나무이고 야산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니, 많이 보고 지나쳤을 것이다. 가끔 장미가 심어진 담장에서 하얗게 핀 찔레가 섞여 보이기도 한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찔레순 한번 씹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 찔레순은 연하고 살집이 많아 꽤 먹을 만하다. 순을 뚝 잘라 줄기 껍질을 살짝 벗겨내고 먹으면, 그 신선함이 입에 가득 퍼진다. 향이 연한 오이정도의 느낌이라면 비슷할 것 같다.

찔레는 ‘가시로 찌르는 나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찔레의 대표적인 특징은 가시인데, 이 가시는 잎이 변한 것이라고 한다. 가시도 그 종류를 나눌 수 있다. 잎이 변한 가시와 나무껍질이 변한 가시는 손으로 잡아서 떼어낼 수 있지만, 줄기가 변한 가시는 줄기와 한 몸이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어릴 적 잘 떨어지는 가시에 침을 묻혀 콧등에 붙이고 놀았다. 아마 찔레나 장미의 가시였을 것이다. 가시는 수분 증발을 조절하고 동물의 공격을 피하는 역할을 한다. 넓은 잎을 최대한 축소해 가시처럼 만들고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 것은 선인장 종류에서 한정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숲에 가서 가시덤불을 피하며 다니는 스스로를 볼 때, 가시는 현실적인 거대동물회피기작임이 틀림없다. 콩꼬투리가 달리는 키가 큰 나무인 주엽나무 가시는 가시라기보다 작은 창이라고 볼 만하다. 사람보다 더 큰 멧돼지나 호랑이 정도는 잡았을 것 같다.

바닷가에 사는 해당화도 야생장미의 한 종류이다. 찔레는 하얀 꽃이 피고, 해당화는 좀 더 크고 붉은 꽃이 핀다. 열매나 줄기에 난 가시가 완전히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둘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특히 해당화의 가시는 털이라고 생각할 만큼 가늘고 빽빽하다. 지역적으로 사는 곳이 확실히 구분되기 때문에, 예전에는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던 해당화를 요즘은 내륙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고향이 바닷가인 필자는 바닷가 모래땅이 아닌, 단정하고 좁은 화단에 심은 해당화가 많이 어색하면서도 바닷가에 피던 그 꽃이 생각나 반갑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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