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 있던 이론이 실제 현장에 본격 사용된 것은 전쟁이었다. 1차 세계대전 독일 잠수함 유보트가 등장하면서 큰 피해가 발생하자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 음파를 발생시켜 반사돼 돌아오는 음을 감지하는 장비를 개발했다. 금속판 사이에 석영을 놓고 전기를 흘려줘 크기 변화를 유발시켜 금속판을 흔들리게 만드는 장치다. 석영에서 발생된 진동은 음파를 만들어내어 물속으로 퍼져 나갔으며 유보트 잠수함에 부딪힌 뒤 다시 반사돼 돌아온 음파는 잠수함의 위치를 알려주면서 피해를 막을 수 있게 됐다.

잠수함 탐지 목적으로 개발됐던 음파 발생 장비는 인체 진단에도 응용됐다. 1930년대 뇌질환 환자를 진료하던 오스트리아 의사 두식은 진단이 어려운 뇌종양 환자에게 초음파가 유용할 것으로 생각하고 동생과 함께 초음파 발생 장치를 개발해서 검사를 시도했으나 두개골 등에 의한 왜곡 영상으로 정확한 진단에 한계가 있었다. 두식의 실패 원인은 몸에 초음파를 투과해 반대쪽에서 영상을 얻으려고 했는데, 음파는 뼈와 같은 딱딱한 물질을 통과하는데 취약점을 보였던 것이다. 두식의 실패 이후 초음파를 몸에 투과시켜서 영상을 얻으려는 시도는 포기됐고 반대로 반사되는 음파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반사된 초음파는 처음에는 그래프 형태로 표시됐다. 그래프는 반사파가 측정될 때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시각화됐고 들을 수 없는 초음파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장치였다. 초음파가 몸을 통과하면서 밀도에 따라 서로 다르게 반사돼 구조물에 다른 물질이 있는지, 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생기게 된 것이다. 1948년 루드비그는 초음파를 이용해 사람 담낭에 있는 담석을 최초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물 속에서 촬영하는 초창기 초음파(1957)
물주머니를 기계에 장착한 초기 초음파(1960)

 

 

 

 

 

 

 

 

 

 

그래프 형태의 초음파 영상은 분석하기 쉽지 않았다. 전기공학과 컴퓨터의 발전으로 초음파 영상을 점으로 표시한 뒤에 점의 밝기로 구현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선을 그려 놓고 초음파의 반사파가 나타나지 않는 구간에는 선이 검정색으로 나타나며 반사파 신호가 강할 때는 흰색이 강하게, 약할 때는 흰색이 어둡게 구현됐다. 신호가 나타난 선들을 수천가닥 층층이 쌓으면 실을 엮어서 옷감이 만들어지듯이 입체적인 내부 장기의 모양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영상이 직관적이고 좋아지게 되면서 의료용 초음파 진단 장비는 급속도로 발전했고 초기 거대한 장비는 작고 간편하게 바뀌었다. 초음파 진단 장치는 1960년대 후반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했는데 물통 속에 들어가서 촬영해야 하는 장비를 갖고 실험용으로 사용됐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비교적 작아진 초음파 장비가 개발됐고 국내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해 1980년에는 전국 대학병원 중 10여 곳에 초음파 장비가 설치됐다. 초음파 진단 장비는 간, 담도 등을 관찰하는 복부 초음파와 심장 초음파, 그리고 산전 진찰용 초음파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1985년 한국의 메디슨이라는 초음파 장비 제작회사가 설립되면서 전적으로 수입해오던 의료기가 국내에서 제작 보급됐다. 동네의원에서도 초음파 장비의 도입이 활발해지면서 국민들은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게 됐다. 초음파 진단 장비는 X선이나 CT와 달리 방사선 피폭이 없어 안전한 검사 방법으로 B형 간염 환자나 만성 간질환자의 경우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권유하고 있다. 건강한 성인이라도 1년에 1회 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진을 통해서 건강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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