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인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하루는 한 남자가 보리밭을 밟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부인이 자세히 내려다보니 그는 다름 아닌 병원의 원장이었습니다. 그 때 부인의 놀라움은 실로 컸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보리밭을 밟는 것은 정원사의 일이지 병원 원장이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작은 일에 최선을 다했던 병원 원장은 바로 의사이자 음악가이고 목사이자 신학자였던 슈바이처 박사였습니다.

삶을 살면서 실천의 중요성은 작고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강한 감동의 힘을 가지고 있기에 저의 개인적인 작은 경험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어느 날 저녁 커피를 마시면서 아내가 아파트 단지에 있는 작은도서관 관장으로 봉사한다고 얘기를 했을 때는 그리 달갑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곧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작은도서관이 주는 혜택을 누리면서도 정작 봉사자의 손길이 필요할 때는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혹은 더 중요한 일이 있어 바쁘다는 이유로 선뜻 나서지 않았습니다. 일손이 절실할 때 나서는 이가 별로 없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 것이 나의 행동과 생각을 바꾸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도서관 봉사를 하는 아내를 곁에서 도와주면서 깨달은 것은 도서관은 그저 뚝딱 하고 휘두른 도깨비방망이로 생긴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물려주고자 했던 전·현직 관장님들, 발 벗고 나서서 뜻을 같이한 여러 자원활동가들의 뜨거운 열정과 행동이 지금의 애벌레도서관을 있게 한 힘이지요.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마을의 한 작은도서관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합니다. 평등이라는 가치를 헌법이 보장하는 나라에 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평등이 가득한 모순된 사회입니다. 당장 나부터 할 수 있는 작은 자원활동이 우리 사회에 한줄기 변화의 빛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시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와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나, 너 그리고 우리를 위한 작은 슈바이처가 되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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