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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 이야기]알빈 리의 ‘The Bluest Blues’
  • 정재근 음악평론가
  • 승인 2017.05.1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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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영상 캡처

아주 유명한 그룹 중에 ‘Ten Years After’라고 있었습니다. 주로 블루스 색채가 아주 진한 곡들을 많이 발표했던 영국 그룹이었지요. 혹시 몰라서 이 그룹을 조금 소개해 드리자면, Ten Years After의 가장 대표적인 곡은 ‘I'd Love To Change The World’ 라는 꿈을 꾸는 듯 한 그런 몽환적인 음악이에요. 다들 기억하시죠? 아마도 70년대 그 감성적인 팝음악을 많이 들으셨던 분들은 거의 다 알고 있는 곡일 겁니다. 바로 이 그룹이 결성해서 그룹 이름을 지을 때,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 하리라!’라는 글귀가 모티브가 됐는지 몰라도 ‘10년 후를 기약하자’는 의미로 그룹 이름을 그렇게 지었답니다.

그룹 이름처럼 그야말로 승승장구, 인기를 바구니에 팍팍 끌어 모으며 세계적인 그룹이 됐습니다. 원래 사람 일이라는 것이 자기가 이루고 싶었던 뭔가를 이루고 자리가 편해지면 피로감이라는 것이 오게 되는 법이잖아요. ‘내가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인지~’ ‘하고 있는 이 일이 정말 내가 행복해 하는 일인지.’ 하는 그런 회의감과 피로감 말이에요. 경우는 달라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느껴보는 그런 상태인 것이지요. 결국에는 Ten Years After도 그런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오호~ 통재라!

그룹의 리더인 알빈 리(Alvin Lee)가 어느 인터뷰에서 ‘우린 동전을 넣으면 자동으로 음악이 나오는 뮤직박스기계’라고 이야기하는 등의 상태가 한동안 지속됩니다. 이럴 때는 어느 모로 보나 결단이 빨라야 하는 법입니다. 이 그룹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일을 그만 두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결국 1975년 이후에는 활동을 중단하게 됐는데, 그 시기가 묘하게도 ‘Ten Years After’라는 이름을 쓰게 된지 10년이 되는 해였다고 하네요. 참 기가 막힌 일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룹 이름은 10년 후의 성공을 기약한 것이 아니라 10년 후 활동 중지를 기약한 꼴이 돼버렸으니 말입니다. 하기야 성공은 이미 맛을 봤으니 별 아쉬운 점은 없었겠지만. 당시 Ten Years After가 얼마나 대단했느냐 하면, 많은 밴드들이 그들이 공연하고 난 다음에 바로 뒤따라서 무대에 오르려 하지 않았었답니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지금의 우리나라 싸이 같은 경우겠지요. 싸이가 공연 끝낸 바로 다음에 누가 무대에 올라가서 관중들을 만족시켜주겠어요! 그래서 관객호응도가 제일 높은 가수는 어느 공연에서나 맨 나중에 출연하게 조절하는 겁니다.

보통 블루스음악을 이야기할 때, 다소 느리면서 끈적끈적한 느낌을 주는 기타연주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Ten Years After는 빠른 기타 연주법으로 감성을 움직이는 블루스의 진수를 보여줬던 밴드였고, 그 그룹의 리더가 바로 알빈 리입니다. 그는 아버지가 블루스음악을 아주 좋아해서 블루스 음반을 모으는 수집가였던 관계로 어렸을 때부터 블루스음악을 자연스레 접했습니다. 그런 터라 Ten Years After를 결성하기 이전부터 음악적인 색채가 블루스 쪽으로 아주 강했다고 하네요. 알빈 리가 Ten Years After 활동을 중단하고 ‘Alvin Lee Band’를 결성해서 이럭저럭 활동하며 90년대 중반에 발표한 곡이 바로 이번 호에서 소개해드릴 곡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버린 후 공허하고 허무해진 삶은 너무도 외롭고 슬프고 우울하다’고 노래하는데, 당연한 이야기면서도 왠지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우리 인생이 신파조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 건 아닌가 싶습니다. 하 하!

이 노래는 참 좋은 곡입니다. 블루스 쪽에 귀가 열려있는 분이라면 한두 번 들으면 쑥 빠져 버릴만한 그런 곡입니다. 좀 크게 들어야 제 맛이 납니다만 크게 들을 수 있는 조건이 되는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관련 동영상 http://youtu.be/3lz3px4dTU8)

정재근 음악평론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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