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었다. 모두가 나름의 봄을 기대하며 준비했을 것이다. 꽃을 좋아하는 나는 봄이면 늘 설레고 들뜬다. 며칠 전에도 양재동 꽃시장을 다녀왔다. 꽃을 보는 순간 온갖 근심, 걱정, 불안이 싹 사라진다. 이 어여쁜 꽃들을 보면서도 나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내게 어떤 존재일까? 나에게 가장 가깝고 소중한 존재인 가족조차도 꽃의 아름다움이 주는 무한한 기쁨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남편으로 인한 작은 섭섭함, 아이들을 향한 막연한 불안감과 기대와 실망들, 친구들에게 받는 상처들. 심지어 나와 관계없는 사람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가끔은 그런 사람들이 밉고 실망스럽지만 그들에게서도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작은도서관에서 자원활동을 하며 깨달았다.

작은도서관에서 자원활동을 시작한 지도 올해로 만 6년. 시작은 소박했다. 내 시간의 작은 부분이나마 다른 사람을 위해 쓰면 뜻깊겠다는 생각이었다. 막상 지난 6년을 돌아보니 베풀었다기보다는 오히려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다. 책을 늘 가까이 할 수 있었고 마을 잔치에서 즐겁게 놀 수 있었다. 유익한 특강 또한 마음껏 누렸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커다란 수확은 무려 6년이나 되는 세월 동안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했다는 사실이다.

자원활동을 하며 만난 이웃들은 사소한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 주었고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로 인해 마음의 풍성함을 얻었다. 역설적이게도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 싶어 시작한 것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받은 셈이다. ‘남’ 좋을 것 같아 시작한 일이 ‘나’ 좋은 것이 됐다.

자원활동은 내게 경제적 풍요로움을 안겨 주진 않았지만 정서적인 풍요로움을 안겨줬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삶의 원동력이 돼 주었다. 이것이 바로 작은 봉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 작은도서관 자원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이 내게는 무척 소중하다. 오늘도 자원활동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에게 정성을 쏟으려 한다. 사람이 꽃보다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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