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는 세계가 깜짝 놀랐어요. 인종차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가 미국인데, 거기에서 흑인이 대통령이 됐다니 정말 하늘과 땅이 바뀔만한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오바마는 당선연설에서 어느 유명한 노래가사 일부를 인용해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됐음과 동시에 변화된 미국을 “It's been a long time coming, but tonight, change has come to America.”(오래 걸렸지만 오늘밤 미국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라고 세계인들에게 보고하게 됩니다. 바로 그 노래가사가 흑인음악계에서 레이찰스와 함께 가장 위대한 음악가로 꼽히며 비틀즈가 가장 존경한다고 밝히기까지 했던 가수 샘 쿡(Sam Cooke)의 ‘A Change Is Gonna Come’ 이랍니다.

샘 쿡은 가스펠 느낌이 잔뜩 묻어있는 목소리로 흑인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가 아닌 부드럽고 달콤하게 You send me, Cupid, Only sixteen, Summertime 등의 노래를 부르며 사랑의 분위기를 연출하다 보니 흑인들보다 오히려 백인들에게 인기를 더 많이 얻었다고 합니다.

그랬던 샘 쿡이 이 같은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민권운동 주제가로 일컬어지는 ‘A Change Is Gonna Come’를 만들고 부르게 된 이유에는 지난 호에서 다뤘던 밥 딜런의 영향이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밥 딜런이 노래는 잘 못 부르지만 작곡과 작사에서는 정말 대단한 영향력을 주는 뭔가가 있는 사람이라니깐요. 서정적인 리듬으로 널리 알려진 밥 딜런의 명곡 ‘Blowin' in the wind’가 1963년에 발표됐는데, 그 곡의 가사 내용이 글쎄 반전적인 저항적 내용도 있지만 미국 내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적 의미도 담겨 있는 가사라고 하네요. 그 곡을 접한 샘 쿡이 생각하기를 ‘어쭈? 이런 노래가사를 흑인도 아닌 백인이 만들어서 노래를 해? 헐! 대단한데?’ 하고 생각을 했더랍니다. 그리고서는 감동과 고마움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서 만든 노래, 그러니까 흔히 이야기하기를 답가 형식으로 만든 노래가 바로 ‘A Change Is Gonna Come’이예요.

이 곡은 노래가 나온 즉시 1960년대 미국 흑인운동의 주제가 역할을 하며 큰 히트를 하게 됐지만 정작 그 노래를 만들고 부른 샘 쿡은 그 내용을 전혀 모르게 됩니다, 다만 본인이 죽고 난 후, 장례식에서 추모곡으로 사용된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일 겁니다. 샘 쿡이 죽고 난 직후에 앨범이 발표됐기 때문이지요.

이 곡이 발표되면 백인들로부터 받는 인기가 떨어질 것을 두려워한 샘 쿡은 밥 딜런의 곡을 접하자마자 즉시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발표는 하지 못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샘 쿡의 생애에 큰 영향을 주는 두 가지 계기로 생각이 바뀌게 됩니다.

1963년 6월, 18개월밖에 되지 않은 샘 쿡의 아들이 물에 빠져 죽는 사고가 발생하게 되자, 그야말로 인기만을 쫓아 사는 그 동안의 삶에 회의를 느끼게 됐지요. 더군다나 그로부터 서너 달 후에는 유명인이라는 것을 너무 과신한 샘 쿡이 공연 후 어느 호텔에 묵으려고 했는데 마침 그곳이 백인전용 호텔이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쫓겨나게 됩니다. 더군다나 흑인이 감히 백인전용 호텔에 묵으려고 했다는 이유로 즉시 경찰에 체포되는 치욕적인 수모를 겪은 후에 그 동안 샘 쿡이 가져왔던 인생관이 확 바뀌게 됐답니다. 나름대로 날린다고 하는 유명가수인데 그런 차별을 겪었으니 마음이 어떠했겠습니까.

원래 투사는 날 때부터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계기로 만들어지는 확률이 더 큰 법입니다. 이런 두 가지 일을 계기로 샘 쿡은 생각을 달리하게 됐고 단숨에 ‘A Change Is Gonna Come’을 만들어 녹음까지 마쳤습니다. 그러나 발표까지는 하지 못하고 기다리게 되다가 이듬해인 1964년도에 성 관련 추문에 얽힌 총격사건으로 인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요. 그 다음에 이 곡이 발표되게 된 겁니다.

이 곡은 2005년에 세계적인 음악전문잡지 ‘롤링스톤’이 선정한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500곡중 18위에 랭크될 정도로 아직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샘 쿡은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을 줄 조금이라도 감을 잡았을까요?(허이고~ 아까워라. 그냥 행동을 조금만 조심해서 살아있었더라면 이 곡으로 인한 수입이 도대체 얼마야~ 흐흐~)

여하튼 이후로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축하 공연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백악관 공연에는 빠지지 않고 단골로 불리게 되는 대접을 받게 됐습니다. 혹시 어려운 현실에 놓인 분들이 계시다면 이 곡을 잘 들어보세요. 힘들고 어려운 세상에도 반드시 변화가 온답니다. 시간이 조금 걸릴지는 몰라도….

관련 동영상
 https://youtu.be/wEBlaMOmKV4)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