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전 한 노인이 느린 발걸음으로 신문사를 찾아왔다. 그 노인의 손에는 A4용지 몇 장이 들려 있었다. 억울한 일이 있어서 신문사에 무언가를 제보하려고 오신 분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파에 앉을 것을 권하며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었다. 뭔가 말을 하고 싶은 눈치였는데 쉽게 말을 꺼내지 않았다. 보청기를 끼고 있었던 것을 그제야 봤다.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어르신.” 말이 끝나자마자 가냘프고 주름진 손으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내 작은 목소리로 “너무 고마워서 복지관 칭찬을 해주고 싶어서 그러는데 글을 기사로 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10년 간 처인노인복관을 이용하는데 노인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복지관 식당’이라는 제목의 글을 요약해 옮긴다. “어르신 시장하세요? 오늘 점심은 처인구 노인복지관 식당에 오셔서 드세요. 거기가 어디냐구요? 용인시청 맞은편 4층 건물 처인구복지관 3층에 있습니다. 식당은 한 번에 200여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점심시간은 11시30분부터인데 식사를 먼저 하려는 어르신들께서 11시 이전부터 줄을 길게 늘어서 배식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하루 평균 500여명의 어르신들이 식당을 찾는다고 합니다. 식대는 2500원입니다. 저는 10년 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복지관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면 믿으시겠어요?”

그리곤 ‘당뇨식단의 날’이라는 글과 함께 ‘오늘의 메뉴’를 적어 놓았다. 글 말미에는 따뜻한 식사를 제공해주는 영양사와 식당 종사자에게 감사를 전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올해 81세라고 밝힌 윤모 노인은 일어나면서 어떤 식으로건 실어주면 고맙겠다며 거듭 부탁했다. 눈에는 간절함마저 묻어났다. 기자가 “무슨 말씀인지 알겠다”고 말하자 발걸음을 옮겼다.

3일 후 그 노인은 불편한 다리로 다시 신문사를 찾았다. 신문을 발행하는 날인 걸 알았던 것일까, 며칠 전 주고 간 글이 기사화 됐는지 궁금해서 찾았단다. 기자가 이번 신문에 싣지 못했다고 하자 실망한 눈빛이었다. 이어 다음 호에 실을 거라도 하자 “부탁한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신문기사 마감일이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난 오늘 80대 어르신과 약속을 지킨다. 80대 노인이 준 글을 그대로 싣거나 기사화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약속을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얼마나 고마웠으면 불편한 몸으로 신문사까지 왔을까하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하루에 500명이 넘는 노인들이 2500원짜리 식사를 위해 복지관 식당을 찾고 있는 데 대해 많은 생각을 들게 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2500원짜리 한 끼 식사에 고마워하는 노인들이 있다. 또 어떤 이들은 2500원도 아까워 무료 급식소를 찾는 점심을 해결한다. 그들 중 몇몇은 눈치를 보며 밥과 반찬을 싼다.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기부자와 기부금액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도 크게 늘었다. 그런데 한 끼 식사조차 해결하는데 버거워하는 사람들은 줄지 않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7000달러인 2017년 대한민국. 2500원짜리 식사가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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