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경제를 결정하느냐, 경제가 정치를 결정하느냐는 정말로 오래된 논쟁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 수 없듯이 정치와 경제는 상호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간단히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때로는 이처럼 쉽게 말하기 어려운 문제가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는 데는 명확한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한번쯤은 분석해 볼만한 일이다.

제는 어렵게도 말할 수 있지만 때로는 매우 간단한 말로 설명할 수 있다. 옛 속담에 ‘코 밑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코 밑에 무엇이 있는가? 입이 있다. 입은 먹는 것을 담당한다. 즉 먹을 것이 풍부해야 인심도 좋아지고 노래도 부르고 싶어진다는 뜻이다. 우리는 평화와 화합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화(和)라는 한자를 보면 벼를 뜻하는 화(禾)라는 글자 뒤에 입을 뜻하는 구(口)가 있다. 즉 ‘입 앞에 먹을 것’이 있어야 세상이 평화롭고 사람 상호 간에도 화합하며 산다는 뜻이다. 내가 오늘 당장 먹을 것이 없고, 직장이 없는데 사람 간에 화합을 해야 하고, 평화스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반대는 안하겠지만 별로 가슴에 와 닿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서양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하부 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아리송한 말이다. 풀이하면 별 얘기가 아니다. 상부구조는 정치와 문화, 관습 등을 말하고 하부구조는 경제를 뜻한다. 즉 그 나라의 경제 상태에 따라 정치나 문화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소득이 5만불이 넘는 미국과 소득이 만불도 되지 않는 아프리카나 중남미 국가들을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 60,70년대와 지금을 비교하면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예와 속담들을 살펴보면 정치보다 경제가 더 우선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경제를 발전하게 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 문제를 설명하는 데는 우리나라가 가장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잘 모를 수 있지만 우리나라만 세계에 수출하는 거의 유일한 두 개의 상품이 있다. 한글과 우리나라 경제발전 방법론이다. 한글은 세계에서 상용되는 언어 중에서 유일하게 ‘발명’된 언어다. 배우기도 쉽고 쓰기도 쉽다. 무엇보다 세상 거의 대부분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UN에서는 문자가 없는 나라에 그 나라 글로써 한글을 공급하고 있다. 너무나 자랑스런 일이다. 세종대왕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영어를 배우기도 어려운데 더 어려운 한자까지 배워야 한다면 매우 끔찍한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론도 매우 중요한 수출품이다. 지금은 너무 많이 들어 지겨운 말이지만 “한강의 기적,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하게 원조 수혜국에서 제공국으로 바뀐 나라, 유일하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이룩한 나라” 등이 그것이다. 필자는 지금은 덩치가 커졌다고 볼상 사납게 으스대는 중국에 약 20년 전 우리나라 경제발전론을 소개하는 강의를 여러 번 했다. 최근에도 동남아시아와 중남미에서 했다. 많은 문제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나라다.

그러면 이러한 ‘빠른’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국내외 학자들이 비슷한 해답을 내놓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공무원의 질, 지도자의 리더십 그리고 튼튼한 국가안보 등이다. 즉 흔들리지 않는 국가안보 위에 확고한 경제 비전을 가진 지도자의 리더십을 따라 우수한 공무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으며, 양질의 교육을 받은 다수 국민들이 단합해 열심히 노력한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1차 경제 개발을 할 때 1인당 GDP는 100불도 채 안 되는 87불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콩고보다 더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은 2만7000불대다. 이 놀라운 수치 변화가 우리나라 경제개발론이 세계에 수출되는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GDP가 세계 10~13위에서 15위로 하락했으며, 무엇보다 1인당 GDP가 10년 넘게 2만불 중간쯤에서 지속적으로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IMF때보다 더 못하다는 경제적 불안감이 생기고 있다.

다시 말해 청년실업, 고용불안, 저성장의 고통이 우리주위에 구름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확고한 안보관을 가지고 우리 국민들을 다시 하나로 묶어 앞으로 전진시킬 수 있는 명쾌한 경제비전을 갖춘 지도자가 그 어느 때보다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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