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누비지오 대표이사

좋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 성장동력을 만들어나가는 용인 소재 강소기업들. 자족도시를 향한 용인의 미래에도 그 역할에 대한 기대감은 크기만 하다. 선두에는 혁신과 창조, 성장의 상징 강소기업을 이끌어가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이들의 삶과 경영철학 그리고 땀의 현장모습을 통해 꿈과 용기의 메시지를 공유하고자 기획 지면을 마련한다./편집주   

‘이불하면 누비지오’ 이처럼 귀에 쏙쏙 박히는 브랜드가 있을까싶다. 오늘날 대한민국 침구업계의 강자이자 온라인 시장 점유율 최고를 자랑하는 ㈜누비지오 김동훈(59) 대표이사는 운명처럼 이불을 만났다. 그는 젊은 시절 솜 판매영업을 했다. 결혼을 약속한 처가는 원단 판매를 가업으로 삼고 있었다. 이불은 솜과 원단을 누비는 것이니 우연치곤 절묘하다.

일상생활에서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이불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침구 업계에 뛰어들어 23년 외길을 걸어온 김동훈 대표. 그의 첫 사업장은 집 앞마당 비닐하우스였다. “1994년이었어요. 사업장을 마련할 자금이 없었죠. 당시 안산 본오동 집마당에 작은 하우스를 지었어요. 재단사 두서너 명을 고용해서 무작정 일을 벌였죠.”

그는 사업 시작부터 분명한 소신이 있었다. 평생의 3분의1은 잠을 자야한다. 수면의 질은 건강과 직결된다. 더구나 원단은 사람 맨 살에 닿기 때문에 안전성이 최우선으로 삼았다. 판매되는 모든 제품은 자체 공장에서 100% 국산 원단으로 제작했다.

제품으론 확실한 믿음을 얻었지만 그에게 가장 커다란 장벽은 유통망이었다. 어쩌면 침구류 온라인 시장에서 최강자로 든든한 입지를 굳히게 된 것도 유통에서의 두 차례 실패 덕(?)인지 모른다. 처음엔 ‘장돌뱅이’ 식으로 시장개척에 나섰다. 차에 이불을 싣고 전국 시장을 돌았다. 이불 8개를 어깨에 메고 양손에 들었다. 사람은 안 보이고 커다란 이불덩어리가 시장을 누비는 격이었으니, 그 또한 구경거리였다.

# 집 앞마당 비닐하우스에서 시작한 창업

이처럼 땀 흘리며 방방곡곡 발품을 판 끝에 서서히 판로가 확보됐다. 이불 대리점이다. 이번엔 자금 유통이 안 되고 이윤이 남질 않았다. 제때 받는 것은 고사하고 떼어 먹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고민 끝에 직접 판매망을 구축했다. 집을 팔아 전셋집으로 가면서까지 광고에 매달리기도 했다. ‘누비지오’ 브랜드를 걸고 판매 관리사원을 두었다. 현금이 생겼다. 하지만 그들이 챙겼다. 원단비용 지불조차 제 때 할 수 없었다.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사업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정면 돌파해야 했다.

“2005년쯤인데, 그 때 생각했죠. 전통적인 사업 방식으론 답이 없다고 느꼈을 때 새로운 시장이 보였어요.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판매였죠. 만져보고 느껴보고 사는 게 이불인데, 가능할까 의심이 들었지만 오프라인에서 이미 제품의 신뢰가 쌓여있어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죠.”

그가 시장에서 읽은 새로운 트렌드는 적중했다. 홈페이지 제작과 함께 고객 제품 체험 서비스도 제공했다. 인터넷 오픈마켓에 적극 진출했다. 두 딸도 회사로 불러들여 젊은 감각을 공유하고 신세대의 니즈를 읽으려 노력했다. 온라인 판매는 ‘누비지오’제품의 장점을 살리고 골칫거리였던 유통망의 약점을 보완하는 성장동력이 됐다. 선 입금 후 제품 발송이다 보니 미수금도 없었다. 자금 회전이 원활해지고 재정적 안정이 이뤄지면서 더 좋은 원단을 사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왔다.

#두 번의 실패 끝에 인터넷 시장에 도전장

“처음엔 조마조마했어요. 과연 팔릴까 하고요. 잠자리에서 조차 ‘삐’하고 들려오는 자동계약 울림 메시지가 너무 즐거웠어요. 잠은 설쳤지만요. 지금요? 울림 메시지를 껐어요. 삐~소리가 끊이질 않을 정도가 됐으니까요. 하하.” 

온라인 시장은 예민하다. 간혹 악풀이 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고객의 믿음이었다. 평소 누비지오 제품에 대한 오프라인 판매시장 신뢰가 두터웠고, 써 본 고객들이 남긴 한 줄 평은 열 건의 주문으로 이어졌다. 회사 광고보단 입소문으로 번지는 마케팅 효과가 훨씬 컸다. 결론은 제품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

시장에선 소비패턴의 변화를 읽는 감각도 중요했다. “기성세대들은 침구하면 원앙금침을 먼저 떠올려요. 부부가 함께 덮는 이불과 베개에 원앙새를 수놓은 것으로 평생토록 버리지 못하는 이불이죠. 하지만 신세대에게 이불이란 옷과 같은 겁니다. 언제든 갈아입을 수 있어야 하고, 일회용도 있어요.” 그는 이 같은 신세대 경향의 변화를 반영해 가상의 공간에서 직접 판매하는 것처럼, 최상의 디자인에 입체적인 세팅판매를 했다.

김동훈 대표는 제품 개발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국내 최초의 솔리드(단색) 침구세트를 연구 개발해 시장에 내놨다. 원색 계열의 과감한 색상을 활용해 침구류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무척 파격적인 도전이었다.
“옛날엔 화려한 색감이 대세였어요. 꽃무늬도 일반적이었고요. 하지만 침실을 단일컬러로 컨셉트하는 시대에 맞는 디자인이 통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이 도전은 젊은 층으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 브랜드 대상 날개 달고 글로벌기업 꿈 펼치다
 
온·오프라인 동반 판매와 함께  직접 원단을 가공하는 유일한 브랜드로서 성장의 날개를 단 누비지오는 마침내 2013년 소비자 선택 브랜드 침구 부분 대상을 차지했다. 단색 침구세트 출시 4년 만에 얻은 결과였다. 대세가 된 누비지오는 다음해 2014년엔 고객감동 브랜드지수 1위를 수상하는 영예까지 안았다.

그럼에도 그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온라인 시장을 넘어서 모바일 시장에도 진출했다. 세계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외국의 거대 자본이 국내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지만 침구 분야만큼은 뺏길 수 없다는 게 그의 자존심이다. 이미 누비지오의 자매 브랜드인 위드지오가 해외 시장에 나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동훈 대표는 오늘도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맞춰 새로운 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2020년까지 기업가치 1000억 원 달성이 목표 중 하나다. 해외시장 개척에 필수인 제품개발을 위해 연구소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 궁극적인 그의 꿈이기 때문이다.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주북리에 자리한 그의 연구실은 요즘 한 밤중에도 훤히 불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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