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 민·관협력 모범…로컬푸드 1번지 의지

230여명의 농민이 공동으로 출자해 운영하고 있는 안성맞춤로컬푸드 전경.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환경적인 측면에서 장점이 적지 않다(본지 874·875호 9면). 특히 지역순환경제적 접근과 부가가치의 지역화라는 관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집단급식소나 중소마트 등을 통해 사업이 이뤄지는 글로벌푸드와 달리 로컬푸드는 지역 내 학교급식, 로컬푸드 직매장, 농민장터와 꾸러미사업 등을 통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컬푸드 1번지로 불리는 완주시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 5~6년 새 전국 곳곳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만들어졌다. 경기도의 경우 2016년 현재 용인 포곡농협로컬푸드 직매장을 비롯해 모두 21곳이 운영되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운영주체도 유형도 다양하다. 포곡농협처럼 농협이 주도해 운영하는 곳도 있고, 생산자와 지자체가 협력하거나 생산자들이 주도적으로 만든 곳도 있다. 농민들이 직면한 영농 위기, 도시 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먹거리 위기에 대한 해법을 로컬푸드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소위 로컬푸드가 뜨고 있다. 하지만 로컬푸드 직매장 설치 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월 매출 7000만원의 평택로컬푸드 직매장이 개장 3년여 만에 폐점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로컬푸드운동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안성시, 지자체의 소극적인 지원과 접근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운영된 평택시의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안성시 로컬푸드 브랜드 ‘착한생각’

일찍부터 생활협동조합운동이 활발히 일어났던 안성시에는 로컬푸드 직매장 2곳이 운영되고 있다. 2013년 대덕농협이 당왕동 하나로마트 지하에 설치한 안성로컬푸드 직매장과 농업회사법인이 운영하는 안성맞춤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직매장 2곳은 운영주체가 다르지만 ‘착한생각’이라는 로컬푸드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착한 생각’은 안성 농업인과 안성시가 함께하는 로컬푸드다.

대덕농협 안성로컬푸드 직매장은 개장 전 안성시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안성사무소, 대덕농협, 안성시농업인직거래시장운영협의회 등 4개 기관·단체가 농산물 안전망 구축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농산물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했다. 로컬푸드의 생명인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문을 연 대덕농협 안성로컬푸드 직매장은 당시 로컬푸드 소포장센터를 갖춘 수도권 최대 규모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대덕농협 하나로마트가 운영하는 안성 로컬푸드 직매장이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안성시의 지원이 한몫했다. 7억5000만원이 투입된 직매장은 안성시가 절반이 넘는 4억여원을 지원했다. 안성시 재정규모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지원이다. 포곡농협 용인 로컬푸드 직매장에 지원과 비교하면 안성시의 로컬푸드 정책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덕농협 ‘안성로컬푸드 직매장’이 농협이 주도했다면 ‘안성맞춤 로컬푸드 직매장’은 생산자가 중심이 된 민간 주도형 매장이다. 2015년 1월 생산자 농민 등 233명이 출자해 농업회사법인 안성로컬푸드유통센터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그해 9월 안성시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공도읍 차량등록사업소 2층에 안성맞춤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장했다. 예비사회적기업에 선정된 지난해 7월에는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해 안성지역 로컬푸드 농산물(안성맞춤 직매장에 출하된 농산물)만을 주재료로 사용한 농가레스토랑 ‘건강밥상’을 개점했다.

안성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운동으로 시작한 로컬푸드운동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사회적 거리를 줄여보자며 시작한 안성시 로컬푸드운동은 공존과 상생, 협력과 거버넌스(협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안성맞춤 로컬푸드 직매장 입구에는 건강밥상을 책임지고 있는 농민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직매장에서 판매되는 지역 농산물을 누가 생산했는지, 어떻게 생산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로컬푸드를 ‘얼굴 있는 먹거리’라고 부르는 이유다. 매장에는 당일 생산된 먹거리가 깔끔하게 포장돼 진열돼 있다.

이 곳은 여느 로컬푸드 직매장과 비슷하게 운영된다. 농가가 직접 수송, 포장하고 바코드 부착해 가격을 결정한다. 인건비 등 매장 운영을 위해 판매 수수료는 10~15% 수준이다. 직매장에 참여하는 농가는 대략 220여 농가로 권역별 10개 로컬푸드 작목반이 운영되고 있다.

안성에서 생산된 로컬푸드는 아니지만 상생을 위해 다른 지역 로컬푸드가 ‘제휴푸드’ 코너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안성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수요보다 공급량이 적어 생산자 단체 등과 제휴해 내놓은 농산물이다. 매장 한쪽에 길게 자리 잡은 2차 가공 농산물도 눈에 띈다. 건조농산물부터 참기름·들기름, 조청, 간장, 꿀을 이용한 향초까지 다양한 품목이 진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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