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옷은 조금 얇아 졌지만 아직도 바람에 귀가 시린 날들이다. 봄 코트에 머플러를 둘둘 감고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아직인가…’ 하지만, 숲에서 진달래를 보고 ‘봄이 왔구나!’ 했다. 도시에서는 개나리가 피면 봄이 온 것을 느낀다. 하지만 숲이 가까이 있다면 아직 잎도 피지 않은 갈색 산에서 분홍색 진달래 꽃무리를 보며 봄이 온 것을 느낄 수 있다.

봄은 나무의 계절이다. 나무 대부분이 봄부터 초여름에 걸쳐 꽃을 피운다.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아직 잎이 없다. 진달래, 생강나무, 개암나무 같은 작은 키의 나무부터 목련, 버드나무, 오리나무, 사시나무 등 키가 큰 나무들이 그렇다. 키가 작은 나무들은 사람들이 걸으면서 눈높이에서 꽃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아는 ‘꽃처럼’ 생겨서 ‘꽃이 피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목련 외 다른 키가 큰 나무들은 꽃이 떨어지고 나서야 꽃이 피었다는 것을 안다. 키가 커서 보기 힘든 것도 이유이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얼마 전 지인들과 숲에 다녀왔다. 땅에 떨어진 것을 가리키며 “이거 송충이에요?”하고 묻는데 은사시나무 꽃이었다. “꽃이에요.” 하자 그때서야 손에 올려서 함께 만지고 봤다. 우리가 알고 있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꽃 모양은 식물세계에서 극히 적은 양의 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진달래는 봄꽃 중 매우 화려한 꽃이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서 참꽃이다. 우리 어머니 세대에 먹을 것 없을 때는 많이 드셨겠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진달래를 먹어본 경험이 있을까? 아마 미세먼지, 황사, 세균 등 이것저것 생각하며 쉽게 손이 가지 않을 것이다. 진달래꽃은 꽃잎이 서로 붙어 있는 통꽃이다. 꽃을 따다가 화전을 하기에도 편하게 말이다. 색깔도 고운 분홍색. 하얀 찹쌀반죽 위에 올려 구워내면 너무도 예뻐 먹기 아깝다. 꽃차나 꽃비빔밥, 꽃떡은 입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먹는다. 필자도 숲에서 처음 꽃차를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설마~’ 했었는데 이제는 ‘역시~’ 한다. 진달래를 진짜로 알려면 먹어봐야 한다.

꽃이 지고 나면 일 년을 먹고 살게 할 잎이 난다. 진달래꽃은 바로 떠오르지만 진달래 잎은 어떠한가? 아마도 잘 생각이 나지 않을 것이다. 조경용으로 많이 심고 꽃이 아주 많이 피는 붉은 색의 영산홍이란 식물이 있다. 화단의 여왕이라 불릴 만하다. 영산홍 잎을 2~3배로 부풀리면 진달래 잎이 된다. 어른 손가락 정도 길이이다.

꽃을 달고 있지 않은 식물을 아는 것은 참 어렵다. 식물을 알고 싶을 땐 매번 같은 숲에 찾아가서 그 자리에 있는 식물부터 아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 맺고 잎이 지는 일 년을 보고나면, 알 듯 하다가도 또 갸웃거리게 된다. 하지만 몇 번을 그렇게 하면 조금씩 알게 된다.

멀리 남쪽 바닷가의 여수 영취산 진달래축제 때가 됐다. 가까이는 강화 고려산 진달래축제도 있다. 두 지역의 거리가 있기 때문에 개화하는 시기에 차이가 있다. 영취산은 3월말~4월초에 꽃이 피기 시작해 전국에 연속적으로 피고, 고려산에 왔을 때는 4월 중순에 접어든다. 스포츠 응원할 때의 파도타기가 생각난다. 진달래꽃의 파도타기는 분명히 북한까지 넘어갈 텐데, 사람들의 파도타기는 멈춰야 하는 선이 있는 것이 안타깝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