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가구 신규 입주에도 교실 증·개축만...학기중 공사 진행 학생 안전·교육권 ‘위협’
교육청, 정확한 수요 예측 못하고 우왕좌왕

용인시 곳곳에서 이뤄지는 주택 개발에 학교는 증축이나 개축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근 공사 현장을 오가는 대형 트럭들은 학생들을 위협하고, 소음과 각종 분진은 건강과 학습권을 빼앗아가기 일쑤다.

기흥구 영덕동의 청곡초등학교엔 교실마다 최신 공기청정기가 있다. 인근 지역에 아파트 등 각종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민원이 제기되자 사업자 측에서 기부한 것이다. 하지만 공기청정기는 교실 안 공기를 깨끗하게 해줄 뿐이다. 창문 열기는커녕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운동장과 학교 안 복도는 여전히 분진과 소음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청곡초등학교는 지난해부터 주변 7곳에서 각종 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공사 소음은 말할 것도 없고, 통학로에는 공사 차량이 수시로 드나든다. 1679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 등 곧 입주할 가구 수만 2500여 세대라현재 36학급으로 지어진 학교 증축을 계획 중이다.

수지구 동천동 동천초등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학교 주변 동천동 143-1 일대에 33만5000여㎡ 규모 동천2지구 택지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총 2900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용인교육지원청은 이로 인해 800여 명의 학생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현재 18학급인 동천초등학교는 ‘과대 학교’ 바로 전 수준인 48학급으로 증축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증축 공사 방법을 두고 학부모와 교육지원청의 마찰은 계속되고 있다. 개발사업 시행사는 현 학교 부지와 맞닿은 토지 3300여㎡ 안에 24개 교실과 체육관, 급식실 등을 갖춘 건물을 신축해 완공 뒤 교육청에 기부 채납하는 증축 안을 제시했다.

학부모들은 이와 별개로 낡은 현 건물을 철거한 뒤 새 건물을 신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존 건물이 너무 낡아 택지개발과 연계해 전면적인 시설 확충이 필요한데다 재학생에게 가장 피해가 적은 방법이 개축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학부모 측이 지난해 말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교육당국과 학부모 간의 갈등은 깊어졌다.

결국 학교 증축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상황이지만 교육지원청과 사업자, 학부모 측은 아직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협의 중이다.

기흥구 성지초등학교는 인근 기흥 역세권 개발로 학교가 폐교될 위기에 처했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은 학교다. 성지초 폐교는 교육부가 기흥2초등학교(가칭) 신설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자체 재원으로 이전 추진’이라는 조건을 내걸면서 불거졌다.

학부모들은 성지초가 폐교될 경우 자녀들이 1~2㎞가량 떨어진 학교로 통학해야하는 등 재학생 불편이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성지초 학부모 대표는 “택지개발지구에 있는 멀쩡한 학교를 없애고 2㎞나 떨어진 학교로 옮기라는데 어느 학부모가 동의하겠느냐”며 비판했다.

모현면 능원리 능원초등학교는 인근 빌라 개발로 세대 수가 늘면서 과밀학급이 된 예다. 2012년 449명이던 학생 수가 지금은 716명이다. 2014년 485명, 2015년 558명 지난해엔 652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전체 21학급 중 17학급이 32명을 넘는 과밀학급이다. 학습 공간 부족으로 과학실을 복도까지 확장했고, 교과연구실, 어학실을 없앴다. 교장실과 교무실은 공간을 반으로 줄였다.

현재 증축이 진행 중이지만 공사 결정까지 상당 시간이 걸렸다. 법령상 300가구 미만 규모 개발 사업자에게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어 도교육청 예산 신청심의 후 지난해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학교 증·신축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것도 문제다. 용인교육지원청은 아파트 개발이 이뤄질 경우 유입 학생 수를 아파트 면적 기준으로 환산해 수요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수치가 아닌데다 쪼개기식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매번 예측이 바뀌는 통에 학교 증·신축 계획이 확정되는 데만 장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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