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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열전 (주)지산그룹 한주식 회장 인터뷰]용인을 물류 허브로…대한민국 물류업계의 숨은 강자

좋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 성장동력을 만들어나가는 용인 소재 강소기업들. 자족도시를 향한 용인의 미래에도 그 역할에 대한 기대감은 크기만 하다. 선두에는 혁신과 창조, 성장의 상징 강소기업을 이끌어가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이들의 삶과 경영철학 그리고 땀의 현장모습을 통해 꿈과 용기의 메시지를 공유하고자 기획 지면을 마련한다./편집주   

한주식 회장

지난 해 1월이다. 용인시와 ㈜용인창고 간 ‘용인물류터미널 조성사업 투자유치 업무협약(MOU)’이 발표됐다. 백암면 백봉리 소재 부지면적 50만2065㎡(약 15만평)을 개발해 3000명 이상의 직·간접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물류의 허브 용인’을 만들겠다는 담대한 계획이었다.
 당시 발표가 지역사회에 큰 주목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각종 분쟁과 소송 등으로 23년 동안 중단됐던 대규모 물류터미널 사업이 마침내 정상괘도에 진입했다는 반가움 때문이었다. 자연스레 관심은 결단과 용기로 이 문제를 해결한 누군가에 쏠렸다. 그 주인공이 바로 지산그룹 한주식(72) 회장이다.  
“당시 그 곳은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한 애물단지였죠. 잡음도 많았고요. 머잖아 백암물류터미널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 탄생합니다. 현대화와 집적화를 통해  물류터미널 혁신과 미래를 보게 될 겁니다.” 한 회장은 이곳에서 또 하나의 실험을 한다. 직원과 지역주민 복지 차원에서 대규모 식당을 만들어 고급 뷔페식 식단을 원가 이하로 제공할 계획이다. 매달 2억 정도씩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괘념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회복지와 직원 건강…사업 성공의 기반
복지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 회장은 기부활동으로도 유명하다. 전 직원과 다양한 모금활동으로 소외된 구석구석을 살핀다. 본인 외에도 배우자와 두 자녀가 1억 이상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 정회원이기도 하다. 지난 해 8월, 가족 전원이 1억 이상을 경기도 공동모금회에 전달해 ‘경기도 1호 가족 아너 소사이어티’가 됐다. 전국에서도 11번째에 해당한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지도층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고 나눔 문화에 참여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만든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이다. 1억 원을 기부하거나 약정하면 가입할 수 있다. 한 회장은 사업장이 있는 지역사회를 위해 기업인으로서 할 수 있는 당연한 것이란 생각이다. “잘 쓰고 많이 써야 그 복이 다시 돌아온다는 진리에 따를 뿐”이라고 말한다.
한 회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또 한 가지가 있다. 직원 건강이다. 매일 아침 사내 대회의실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점심시간에는 사내 탁구시설 활용을 권한다. 또 저녁에는 회사 인근에서 헬스, 골프, 스쿼시, 수영 등에 필요한 비용을 전부 지원한다. 금연은 필수 요건이다. 모든 직원의 금연을 위해 몇 해 전 6개월간 흡연직원들이 금연 모금을 적립해 성공한 직원에게 분배해 주는 금연펀드를 운영했다. 금연 성공 100%를 달성했다. 출‧퇴근 시 계단을 이용하며 주 2회 10㎞ 달리기에도 대부분 직원들이 동참한다. 한 회장은 보정동 집에서 구갈동 회사까지 걸어서 출근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다. 직원 운동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회사부담이다. 건강보조식품도 챙겨 제공한다.
“건강은 행복한 우리 삶의 기본이죠. 회사 업무능률 역시 오릅니다. 자신감과 긍정적 마인드를 키우는 것도 건강한 신체에서 나오기 때문에 나부터 실천하고 회사원 모두가 동참하고 있습니다.” ‘희망 직장’이라고 불리는 ㈜지산의 건강챙기기와 기부 문화는 이와 같은 CEO 한주식의 신념과 철학이 녹아 있다.   

일가족 4명이 1억 이상씩 기부해 경기 1호 가족 아너소사이어티가 됐다.

# 청각장애 이겨내고 ‘용팔이’ 별칭 얻다
기흥구에 본사를 둔 물류전문회사 ㈜지산그룹. 이 회사는 물류창고 기획단계에서부터 설계·건립·운영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수직계열화를 이룬 국내의 ‘숨은 강자’로 알려져 있다. ㈜지산은 기획업무를 총괄한다. 지산엔지니어링은 PM(Project Manager)과 CM(Construction manager) 역할을 수행한다. 이 회사는 산업단지ㆍ물류단지 설계에서 독보적이다. 한 회장은 물류센터, 물류터미널, 물류단지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추진력으로 외국계 기업에 버금가는 규모로 회사를 키워냈다. 용인에 기반을 둔 용인창고, 남사물류터미널, 용인물류터미널 외에도 코리아냉장, 이천창고, 남이천창고, 지산산업, 지산엔지니어링, 지산건축사사무소 등이 ㈜지산의 계열사 또는 특수목적 법인이다.
 지산은 교통의 중심인 용인을 물류유통의 중심이자 허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기흥구에 본사를 이전해 계열 및 관련 법인들을 한 곳으로 집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물류산업의 강자로 회사를 키우기까지 한주식 회장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경북 경주가 고향인 그는 어린 시절 장티푸스를 심하게 앓았다. 그 후유증으로 청각을 거의 잃었다. 잘 들을 수 없으니 소통에 문제가 생겼다. 모든 일이 쉽지 않았다. “야구에서 보면 투수의 강한 볼을 받아칠 때 더 멀리 날아갑니다. 인생은 도전과 응전을 통해 성장하고 채우며 터득하게 되는 거죠.” 그는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하는 능력과 긍정 마인드가 있었다.
조용한 곳에선 자신의 청각장애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걸 착안했다. 모두가 정숙을 요구하는 독서실 운영이 그의 인생에 첫 사업이 된 이유였다. 한 회장이 고요한 공간에서 접했던 엄청난 양의 독서는 그에게 ‘용팔이(용한 돌팔이)’란 별칭을 안겨줬다. 자격증은 없어도 법률지식은 변호사를 뺨쳤다. 다방면에 걸친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추게 됐다. 특히 토지 이용에 관한 법률지식과 현장해결 능력은 관련 저술을 하기에 이르렀고 실제 종합 물류사업의 밑거름이 됐다.

#그의 삶을 바꾼 ‘6시 출근-9시 퇴근’ 법칙
그는 또 무슨 일이든 남들보다 더 많이 했다. 보통 ‘9시 출근-6시 퇴근’ 규칙을 거꾸로 움직였다. 6시에 출근 해 9시에 퇴근하는 삶은 성공해서도 이어지는 습관이자 일상이 됐다. 그는 한 곳에 머물지 않았다. 다음 도전 목표를 정하고 자신을 던졌다. 폭 넓은 탐구와 법 지식을 바탕으로 컨설팅회사를 차렸다. 인터넷 형질변경 자문을 전문으로 하는 ㈜코리아2000 이었다. 이 회사는 1999년 설립해 이태 만에 수십억 원의 순익을 남기는 기염을 토했다. 까다로운 형질변경을 주 무기로 하는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한 결과였다.
기흥구 하갈동 기흥호수 수변에 다세대주택을 짓게 된 사연은 그의 뚝심과 이 분야의 업무능력을 말할 때 자주 회자되는 에피소드다. 오래 전 하천 부지 1300평을 평당 1만원에 매입하고 단독주택 14동의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하천 둑은 도로가 아니며 수해위험지역 등의 이유로 반려되길 일곱 번이었다. 동짓달 어느 날 주택관련 책을 한 아름 안고 당시 주택계장 집에 찾았다. 같이 공부하자며 강짜를 부려보기도 했다. 법규를 아무리 설명해도 관례를 들먹이거나 선임자나 상급자의 선례만 따르려했다. 주민들도 하천가에 무슨 집을 짓느냐며 엉뚱하다고 조롱했다. 결국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야 건축은 허가됐다. 법에 관한 숲과 나무를 모두 볼 수 있는 그의 안목을 인정받은 것이다. 놀라운 일은 준공 후 일어났다. 신갈 중심가에서 2㎞ 떨어진 외진 곳이었지만 그를 비웃던 사람들이 전세 살겠다고 찾아왔다.

직원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 회장은 매일 아침 직원들과 운동을 즐긴다.

# 사람을 ‘빽’으로 삼아 ‘꿈의 직장’ 실현
 한 회장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쌓은 물적 기반으로 대형건설사업 인‧허가와 벤처 인큐베이터 사업에 진출했다. 오늘날 물류업계의 거물로 성장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두 차례에 걸친 물류창고 대형 화재로 엄청난 인간적 시련과 재산을 잃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전보다 더 힘 있게 일어설 수 있었다. “그 때 생각했죠. 인생에 위기란 항상 동반하는 것인데 이를 극복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결국 마음을 함께 해 주는 이웃과 사업장 지역주민 아닌가. 그리고 함께 공동운명체로서 살아가는 한 솥밥  회사 직원들 아닌가. 가장 든든한 ‘빽’은 역시 사람이더라고요.”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이면서도 영업사원 한 명 없이 수주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회사. 줄줄이 회의도 없고 보고와 결제를 포스트잇으로 대신하는 회사. 일하라고 눈치 주는 대신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고 다그치는 회사. CEO가 매출보다 직원 복지가 더 중요하다고 우기는 회사. ‘꿈의 직장’이라면 이런 곳이 아닐까.

준공을 앞두고 있는 백암 물류터미널 모습.

우상표 기자  spwoo@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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