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뜻이다. 이 말의 유래는 전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나라 원제의 후궁 중에 왕소군이란 절세미인이 있었다. 그녀는 화공에게 뇌물을 주지 않아 얼굴이 추하게 그려진 탓에 황제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흉노의 왕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뒤늦게 왕소군이 절세미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황제는 후회를 하고 화공을 참형에 처한다.

이 이야기를 소재로 지어진 시가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이다. 여기서 유래한 ‘춘래불사춘’은 좋은 시절이 왔으나 어려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 때 많이 쓰인다.

우리 민주주의의 수준을 계절에 비유하면 어느 계절일까. 우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를 보면 2014년 평가에는 8.06점을 받아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됐으나 2016년 7.92점으로 다소 떨어져 있다. 민주주의 지수는 세계 167개국의 민주주의 상태를 조사해 선거과정, 정부기능, 정치참여, 정치문화, 시민자유 등 5개 부문으로 나눠 10점 만점으로 평가한 뒤 평균을 내 국가별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다.

민주주의 지수만 보면 다소 아쉽다. 하지만 최근 여러 가지 정치·사회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국내적으로 극심한 분열과정, 외교적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도 질서 있는 시민의식으로 혼란을 최소화했다. 우리 사회가 공론을 다루는 높은 의식수준에 외신들도 감탄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민주주의는 봄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완전한 봄이라고 할 수 없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국정운영의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제거됐지만 국가 최고지도자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대통령이 궐위돼 선거실시 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지금까지 나타난 여러 가지 갈등들이 선거과정에서 고조돼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하지만 선거는 갈등과 분열의 장이 아니라 화합과 통합의 장이다. 후보자들은 정책과 공약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이를 본 국민이 투표로 선택한다. 선거가 아름다운 이유는 승자는 보복하지 않으며, 패자도 국민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결과에 승복하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화합한다는 점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이 꽃을 아름답게 피워내야 비로소 민주주의의 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유권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투표권을 행사하는 일뿐만 아니다.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특히 이번 선거는 후보자의 정책이나 공약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그러기에 더욱 후보자의 역량과 자질을 샅샅이 살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세상이다. 진실을 가려내는 현명한 지혜와 근거 없는 비방을 과감하게 배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모든 유권자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뜨거운 가슴과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는 차가운 머리를 가졌으면 한다. 진정한 봄을 위해 이번 선거는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는 선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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